[인터뷰] "화상 입은 고등학생, 아들 같아서 지나칠 수 없었어요" 권봉재 부산동부서 안보자문협의회장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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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날 행정안전부장관 표창 받아
9월 발생 매축지 목욕탕 폭발 사고
치료비 막막한 주민 피해자에 성금

안보자문협의회 권봉재(왼쪽) 회장이 오동욱 동부경찰서장으로부터 장관 표창을 전달받고 있다. 안보자문협의회 권봉재(왼쪽) 회장이 오동욱 동부경찰서장으로부터 장관 표창을 전달받고 있다.

“아들뻘 학생이 화상에 신음하는데 도저히 지나치질 못 하겠더라고요.”

부산동부경찰서 안보자문협의회 권봉재 회장은 지난달 21일 경찰의날 행정안전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경찰의날을 기념해 지역 사회에 이바지한 인사를 찾아 전하는 상이다.

권 회장은 지난 9월 동구 좌천동에서 발생한 이른바 ‘매축지 목욕탕 폭발사고’ 민간인 부상자에게 협의회의 뜻을 모아 성금을 전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권 회장은 사건이 벌어진 9월 화재 사고 부상자 6명이 치료 중인 병원을 찾았다. 사고는 낡은 동네 목욕탕의 지하 1층 기름저장탱크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갑자기 점화되면서 발생했다. 30분 간격으로 2차례 화재 폭발이 발생한 터라 인명 피해는 더 컸다. 현장에 동부경찰서와 부산진소방서 직원들이 출동해 화재를 수습하다 예상치 못한 2차 폭발로 쓰러진 것이다. 사고로 소방관 10명과 경찰관 3명 등이 부상을 입었고, 매축지 주민도 7명이나 크게 다쳤다.

권 회장은 “자문위원회가 열리는 동부경찰서에서 관내 벌어진 사건을 간략하게 전달 받아 거기서 화재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특히 사고가 난 지점이 내가 운영 중인 회사의 공장과 사옥이 있는 곳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아 남일 같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했다 부상을 당한 경찰관과 소방관은 운이 나빴지만 사정은 나은 편이다. 경찰만 해도 16개 경찰서 직장협의회가 나서는 등 십시일반 모금 활동이 이어져 온정이 전달되고 있다.

권 회장은 당장 도움의 손길이 시급한 건 매축지 주민이라고 했다. 그는 “주민도 폭발에 휘말려서 다쳤는데 정작 이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면서 “‘목욕탕이 영세하다보니 대인보험 자체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저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보안안보협력자문위원회에서 십시일반으로 위로금을 보태자고 뜻을 전했고, 치료비가 막막한 매축지 주민 피해자들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특히 권 회장이 애가 탄 건 아들뻘 고등학생 화상 피해자다. 그는 “몸에 화상이 얼마나 심한지 깜짝 놀랐는데 나이가 딱 우리 아들 또래라서 너무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이 학생 환자는 입원한 그 달에만 2000만 원 가까운 치료비가 나왔다. 그러나 이를 감당할만한 여유가 없다. 병원을 찾은 권 회장은 “화상을 입으면 치료비가 많이 들어가는 이유가 1차 수술로만 치료가 끝이 나는 게 아니라 피부 재건 시술을 별도로 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주위 도움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흉터도 흉터지만 마음의 상처가 평생 남을 게 걱정됐다”고 전했다.

병원을 찾은 권 회장에게 피해자들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도 감사하면서도 이후에 대책이 없다는 하소연부터 늘어 놓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권 회장은 “우리가 성의를 보탰지만 그게 앞으로 들어갈 치료비에 비하면 큰돈이 되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큰 기부도 좋지만 주위를 돌아보고 당장 다급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닫게 됐다”면서 “과분한 상을 받게 됐지만 앞으로는 나부터라도 이런 사연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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