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게 다행” 이라던 소녀, 살아서 아빠 품으로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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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인질 중 9살 소녀 포함
사망 소식에 낙담한 아버지
무사히 돌아온 딸 안고 오열

25일 인질서 석방된 에밀리 핸드. 로이터연합뉴스 25일 인질서 석방된 에밀리 핸드.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됐던 9살 이스라엘 소녀가 무사 귀환해 전 세계를 울렸다. 피랍 직후 사망설이 돌자 “차라리 죽은 게 다행”이라며 인터뷰 도중 오열했던 아버지는 다시 한번 눈물을 훔쳤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BBC,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일시 휴전 이틀째인 25일(현지 시간) 하마스가 석방한 이스라엘 인질 13명 중에 에밀리 핸드(9)가 포함됐다. 앞서 에밀리는 지난달 7일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비에리 키부츠에 있는 친구 집에서 잠을 자던 중 하마스에 납치됐다.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에밀리가 2차 석방된 인질 중 1명이며 이집트 라파 국경을 거쳐 이스라엘에 도착해 아버지 토머스 핸드(63)와 재회했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납치 49일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에밀리의 사연은 아버지 토머스의 인터뷰 등으로 각국에 알려졌다. 지난달 11일 피랍 직후 딸의 사망설을 접한 토머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질로 끌려가느니 차라리 고통 없이 숨진 게 다행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게 내가 아는 가능성 중 가장 좋은 소식이기 때문”이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전 세계에 전쟁의 비극을 일깨웠다. 고통과 공포를 겪을 바에야 차라리 살해된 게 다행이라는 의미다. 토머스는 에밀리의 장례식을 열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 옆에 묻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토머스는 지난달 31일 ‘딸이 아직 살아있으며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있다’는 새로운 소식을 접했다. 이스라엘군은 토머스에게 에밀리와 함께 있던 친구 가족의 휴대전화가 가자지구 내에서 신호가 잡혔다고 통보했다.

토머스는 이달 7일 CNN과의 또 다른 인터뷰를 갖고 “이제 에밀리가 견뎌야 할 일이 괴롭다면서도, 딸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다시 한번 기도하고 있다”며 피 말리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아일랜드 출신인 토머스는 30여 년 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인질로 잡혀있는 동안 에밀리는 지난 17일 생일을 맞았고 9살이 됐다. 25일 인질에서 풀려난 에밀리는 늦게나마 아버지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죽었다고 생각한 딸을 찾게 된 토머스는 외신을 통해 “힘들고 복잡한 심경의 50일이 지나고 이 감정을 표현할 만한 말을 찾을 수 없다. 에밀리를 다시 안아 행복하지만 동시에 아직 돌아오지 못한 모든 인질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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