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공간 너머 시민들 ‘문화 향유’ 중심 자리매김[유럽 대학도시서 배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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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전시회 등 각종 행사 핵심 역할
교육·관광 이어 도시 정체성 중심축 돼

볼로냐대 건물에서 진행 중인 NBA 관련 사진 전시회. 볼로냐대 건물에서 진행 중인 NBA 관련 사진 전시회.

볼로냐대은 단순한 학문의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 건물이 박물관과 전시회, 문화 공간으로 쓰이며 시민의 뇌리에 ‘역사 기록 보관소’로 자리 잡았다. 그 덕에 볼로냐대는 재개발 기조의 도시재생 방향을 보존 쪽으로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볼로냐시의 정체성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0월 볼로냐대 건물 1층에선 미국 NBA 선수들의 역사와 사진을 내건 ‘Basket Beyond Borders’ 전시회가 열렸다. 입장료가 없는 무료 전시다. 대학 캠퍼스엔 이 전시를 보러 온 관광객과 학생으로 붐볐다. 볼로냐대에선 대학 건물을 활용한 이 같은 무료 전시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캠퍼스를 학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겠다는 게 볼로냐대의 방침이다.

대학이 행사 공간으로 바뀌면서 관광객도 대학 건물만 둘러보며 겉핥기식으로 관광하는 게 아니라 캠퍼스 행사에도 직접 참여하며 도시 관광에 기여하고 있다.

볼로냐대 대외 행사 관리인 크리스티나 씨는 “10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볼로냐 시민의 정신이 되어 온 볼로냐대는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이자 시민의 공간”이라며 “접근성이 높은 전시회 등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어 볼로냐대를 ‘컬쳐 코어’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냐대 건물은 박물관으로도 쓰인다. 대학 박물관임에도 보유 품목의 가치가 높아 박물관 자체로도 명성도 자자하다.

대학 건물 2층에는 볼로냐 1000년의 역사가 담긴 이색적인 ‘POGGI’ 박물관이 있다.

의학부터 과학과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품목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 또한 관광객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볼로냐대는 이 박물관을 관광과 교육, 도시 정체성을 모두 챙기는 핵심 공간이라고 평가한다.

볼로냐대는 도시재생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볼로냐대를 두고 하나같이 ‘대학이 없었다면 지금의 볼로냐도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볼로냐2000’으로 불리는 대규모 도시재생 정책에서도 볼로냐대는 빼놓을 수 없는 중심 축이었다. 볼로냐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기존 건물들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흔히 생각하는 철거와 재개발과는 궤를 달리한다.

1000년 역사를 바라보는 볼로냐대를 중심으로 도시 곳곳에 자리잡은 회랑과 역사적인 건축물이 철거 일색의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튼 것이다.

볼로냐시는 낡은 담배와 제빵 공장, 도축장 등을 리모델링해 대규모 문화 예술 공간을 조성했다. 제빵 공장이 미술관으로, 도축장이 복합문화예술센터로 변신하면서 ‘붉은 벽돌의 도시’라는 역사성도 함께 챙길 수 있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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