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중진 험지 출마' 갈등 일촉즉발… 30일 충돌 '분수령'
혁신위, 30일 권고안 공식 제안 방침
혁신위 해체·위원 사퇴 등으로 압박
지도부 여전히 침묵하거나 일축해
김기현, 지역구인 울산 출마 의지 고수
권고안 보류 시 책임론 피하기 어려워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이번 주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 험지 출마·불출마 권고안을 당에 공식 제안할 방침이다. 혁신위는 당 지도부의 침묵 속 ‘혁신위원 사퇴’를 무기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지도부는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출범으로 혁신위에 치중된 국면 전환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혁신위의 ‘희생안’이 만만찮은 정치적 파장을 지닌 만큼 당 지도부의 수용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오는 30일 혁신위 회의에서 지도부·중진·친윤 인사에 대한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안을 정식 의결할 전망이다. 권고안이 당에 공식 제안되면서 결단을 두고 당 지도부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와 인 위원장이 지난 17일 만나 권고안에 대한 속도 조절 필요성에 공감하며 충돌이 잦아드는 듯했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갈등이 재발화한 것이다.
혁신위가 권고안 의결 방침을 쏘아 올린 가운데, 김 대표는 지난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어 울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의정보고회를 한다니까 왜 하냐고 시비 거는 사람들이 있어서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혁신위 희생안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이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혁신위도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
최근 혁신위 회의에서는 당 지도부의 권고안 침묵에 박소연·이젬마·임장미 등 외부에서 영입한 일부 위원들의 사퇴설까지 흘러나왔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당장 혁신위를 해체하자는 주장부터, 예정된 혁신위 임기를 다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인 위원장은 지난 2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전격 회동 사실을 언론에 알리며 이를 “원 장관의 ‘험지 출마’ 결단에 고마움을 전하는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원 장관도 “혁신은 선택이 아닌 우리의 생명줄”이라며 “가는 길이 쉬우면 혁신이 아니다”라고 혁신위에 힘을 실었다. 여권은 분화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혁신위의 희생안은 숙의가 필요해 당 차원에서 놓고 볼 사안이지만, 현시점에서 지도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 여론만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혁신안의 진정성을 인정받고 싶다면 혁신위원들부터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주류 용퇴론을 사실상 일축했다.
이번 주는 혁신안을 놓고 대치 국면을 이어온 혁신위와 당 지도부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도부가 주류 희생 권고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거나 입장을 보류할 경우 혁신위는 동력 고갈로 조기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당 지도부 역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당 혁신 의지를 천명하며 출범시킨 혁신위의 쇄신안을 정작 지도부가 묵살해 조기 해체로 이어졌다는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