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5월은 늦다… 부산문학관 개관 앞당겨야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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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확정 경과·과제
광역시 중 가장 늦어… 속도 내야
콘텐츠 준비, 지금부터 착수를
행정·문학계 적극적 관심 절실

부산문학관 건립 부지를 ‘만남의광장’으로 결정한 지난 16일 부산문학관 건립추진위 회의 모습. 최학림 기자 부산문학관 건립 부지를 ‘만남의광장’으로 결정한 지난 16일 부산문학관 건립추진위 회의 모습. 최학림 기자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부산문학관 건립 부지가 부산 금정구 ‘만남의광장’으로 확정(<부산일보> 11월 23일자 8면 보도)된 만큼 향후 절차는 속도를 내면서 빈틈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경과=실상 부산문학관 건립 얘기는 2000년대 초반 나왔으나, 다시금 불이 붙은 것은 2020년 <부산일보>의 여론 환기에 의해서다. 이에 따라 부산시의 ‘부산문학관 건립 계획(입지 장림포구)’이 발표된 것은 1년 뒤인 2021년 3월이었다. 하지만 행정 미숙으로 이 ‘건립 계획’은 무산되고, 부산시는 같은 해 11월 ‘부산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출범시켰다.

이후 큰 돌발 변수가 생겼다. ‘부산문학관 용역’을 거쳐 건립 부지로 2022년 연말 겨우 가닥 잡아가던 ‘어린이대공원 앞’ 계획안이 또다시 무산된 것이다. 올해 연초 조형물 이설 문제가 불거졌으며, 이어 건물 배치를 통해 이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즈음인 올 7월 인근 주민들의 ‘문학관 건립 반대’ 의견이 표출했다. 주민들은 어린이대공원 성격에 걸맞게 기존 ‘어린이 관련 시설’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주차난이 가중되는 것도, 공원 내 건축물의 추가 건립도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지난 9월 이후 2달에 걸쳐 현장답사와 2차례 회의를 거쳐 추진위는 ‘만남의광장’을 부산문학관 건립 부지로 결정했고, 이어 부산시가 이를 확정해 발표한 것이다.

▲개관 시기 앞당겨야=일을 꼼꼼히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너무 느슨하게 해서도 안 된다. 부산문학관 건립 부지를 확정하는 데만 추진위를 구성하고 무려 2년이 걸렸고, 여론 환기 이후로 치면 꼬박 3년이 걸렸다. 더욱 적극적인 부산시의 행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6대 광역시 중 공립문학관이 없는 곳은 부산뿐이다. 대전·인천·대구·울산은 이미 2012~2014년 개관했으며, 이중 대전은 내년 제2문학관까지 개관하고, 대구는 제2문학관 건립 논의가 나오는 실정이다. 뒤늦었던 광주는 지난 9월 광주문학관을 개관했는데 추진위 구성 이후 4년 만이었다.

지난 10월 부산문학관 건립추진위원들이 ‘만남의광장’을 답사하는 모습. 이날 앞서 ‘에덴유원지’도 답사했다. 최학림 기자 지난 10월 부산문학관 건립추진위원들이 ‘만남의광장’을 답사하는 모습. 이날 앞서 ‘에덴유원지’도 답사했다. 최학림 기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형국이지만, 현재 부산시는 부산문학관을 향후 4년 6개월 뒤인 2028년 5월에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 구성 이후 6년 6개월 만에 개관한다는 ‘만만디 일정’이다. 건립 부지 선정에 1년이 추가 소요된 사정은 있으나, 애초 ‘부산문학관 용역’에서는 2026년 개관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었다. 자꾸 늦춰지는 실정이다.

건립 부지를 결정한 지난 16일 추진위에서 “공립 부산문학관 건립이 다른 시·도에 비해 상당히 늦은 만큼, 개관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기환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제반 절차를 검토해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문학관 콘텐츠 준비 서둘러야=현재 부산시는 향후 2년간 각종 행정절차와 실시설계, 그리고 그 이후 2년간 건축공사를 하면서 준비단을 운영해 콘텐츠 자료를 수집하겠다는 계획이다. 하드웨어를 먼저 구축한 뒤에 소프트웨어를 집어넣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추진위원인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는 “무엇보다 문학관 콘텐츠 확보와 건축 설계가 맞물려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일 먼저 콘텐츠 관련 용역을 거쳐 부산문학관 전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그다음 그에 맞춰 건축 설계도 나와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콘텐츠 관련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의 경우, 2026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데 2018년 설립추진위 설립에 이어 2019년 ‘국립한국문학관 법인’을 출범시켜 전시 방향을 정한 다음, 2021년 6월 설계 공모를 마쳤다. 현재 11만여 점의 자료를 수집했다고 한다.

▲시·문학계 관심 제고 필요=애초에는 부산문학관을 원도심이나 북항재개발구역에 짓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러나 그 제안은 비싼 땅값이나 어려운 협의 과정 등을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우여곡절을 거쳐 ‘만남의광장’이라는 차선 중 차선책이 확정됐다. 6대 광역시 중 가장 뒤늦게 시작하고, 또 어렵사리 부지를 결정한 만큼 향후 부산문학관 건립 추진 과정에서 부산시의 적극적 행정과 문학계의 능동적인 참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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