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선박서 기름 ‘줄줄’… 봉래동 물양장 관리 ‘사각’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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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방치 배 많아 사고 잦지만
현장 인력 단 2명이 격일로 근무
경관 훼손·악취 주민 고통 호소
커피테마거리 관광명소화 ‘찬물’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에 장기 계류한 선박들이 주변 미관을 해치는 등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사진은 26일 봉래동 물양장서 164t급 선박이 침몰한 모습. 독자 제공 부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에 장기 계류한 선박들이 주변 미관을 해치는 등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사진은 26일 봉래동 물양장서 164t급 선박이 침몰한 모습. 독자 제공

최근 부산 영도구에서 장기계류 선박이 침몰해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부산일보> 11월 26일 자 온라인 보도)가 발생하는 등 물양장에 오래 방치된 선박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사고가 봉래동 물양장을 관광명소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해경은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이하 물양장)에서 침몰한 선박을 이날 인양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6일 물양장에 장기 계류된 선박에서 기름이 유출돼 해경에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164t급으로 물양장에서 8년여 장기 체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노후화로 인해 선체에 구멍이 생겨 침몰한 것으로 추정한다.

물양장을 위탁 관리하는 부산예·부선선주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기준 물양장에 계류한 선박은 총 73척이다. 이 중 1년 이상 장기 계류하는 선박은 7척이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현장 인력은 단 두 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하루마다 교대하는 형태여서 사실상 한 명이 73척을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 구조에 더해 관리 권한마저 제한적이라 사고 예방은 더욱 요원하다. 부산예·부선선주협회 측은 물양장의 현장 인력은 선박 입출항 관리와 선박의 홋줄 상태를 점검하는 수준에 머무른다고 설명했다. 재산권 침해 우려로 선박 상태를 꼼꼼히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은 이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부산항만공사(BPA)도 장기 계류 선박에 대한 현황만 파악할 뿐, 이를 바탕으로 점검 강화나 항만 시설 사용료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예·부선선주협회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일감도 줄면서 장기간 체류하는 선박이 증가하는 것 같다”며 “오랫동안 항만 시설에 머무르면서 관리가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관리 상태까지 우리가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낡은 선체의 기름 유출을 막는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수한 경우에 한정해서 개인 재산권보다 해양 환경 오염 예방과 미관 관리 등 공공환경 정비를 우선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해양경찰서 해양오염방제과 관계자는 “해양 오염 위험도에 따라 장기 계류 선박을 관리하고 있지만, 재산권 침해 우려로 선제적 조치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몇 년 이상의 장기 계류 선박에 한해서는 강제적으로 기름을 빼낼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할 지자체 영도구청의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구청은 올해 초 봉래동 물양장 일원 600m 구간에 ‘커피테마거리’를 조성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점인 ‘모모스 커피’와 ‘무명일기’가 들어선 이곳을 관광 거점 장소이자 지역의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물양장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테마거리 조성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인과 주민들은 수많은 노후 선박이 미관을 망칠뿐더러 기름 냄새까지 풍긴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물양장 맞은편에 있는 A 카페 관계자는 “오래된 배들이 줄지어 있는 게 경관을 해친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기름 냄새며 바다에 떠다니는 선박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광 명소화에 앞서 환경 정비가 선제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콘텐츠 사업과 함께 환경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봉래동 물양장 정비에 구청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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