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두 작곡가, 현대음악으로 전달하는 메시지 ‘주목’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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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산시향 위촉 역임
20대 작곡가 노재봉 발표회
“청중엔 질문, 개인적 결론”

이승은 작곡가 29일 발표회
사회 갈등·메시지 음악으로
작품 이해 도울 영상도 상영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이승은 부산대 강사. 이승은 제공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 이승은 부산대 강사. 이승은 제공
작곡가 노재봉. 노재봉 제공 작곡가 노재봉. 노재봉 제공

‘현대음악은 난해하다?’ 그렇다면 그렇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고전’ 음악이라고 해서 다 쉬운 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베토벤, 모차르트는 말할 것도 없고, 드뷔시와 라벨로 표현되는 인상주의 작곡가들도 불협화음이나 모호한 조성 등을 도입한다. 다양한 실험적 요소가 개입된 현대음악은 익숙지 않아서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는 현대음악을 알리려는 작곡가들의 노력도 필사적이다. 또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선택한 음악이지만, 각자의 표현 방식은 다르다. 28일 부산 금정문화회관에서 제2회 작곡 발표회를 갖는 노재봉과 29일 동래문화회관에서 관객을 맞는 이승은(Su Lee) 작곡가 발표회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새로움과 전위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들이 주목한 사회상과 음악적 언어로의 표현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기대된다.


노재봉 작곡 발표회

제2회 노재봉 작곡 발표회 포스터. 노재봉 제공 제2회 노재봉 작곡 발표회 포스터. 노재봉 제공

노재봉은 지난 2021년 2월 부산대를 졸업한 신진 작곡가다. 하지만 대학 재학 시절부터 다수의 공모와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작곡계에 이름을 알렸다.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서 이태 연속으로 공모에 선정되고, ‘향신회’ 콩쿠르에서 수상했으며, ‘DOT THE LINE’ 페스티벌 작품 공모에 선정됐다. 특히 2022년에는 스물일곱 나이로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위촉 작곡가로 선발돼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리’를 초연했다. 최근에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KNSO) ‘작곡가 아틀리에’ 2기 참여 작곡가로 12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5명에 포함돼 창작곡을 발표했다. 최근작 오케스트라를 위한 ‘집에 가고 싶어.’의 경우는 한국의 고령화 사회에 관한 질문을 위해 치매를 주제로 삼기도 했다.

영화음악 작곡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여서 영화의전당, 한국영화아카데미 등과 협업했으며, 장·단편 영화 20여 편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고, 부산독립영화제(제20회), 충무로단편영화제(제9회)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이번 제2회 작곡 발표회는 개작을 거친 작품뿐만 아니라, 초연 곡들로 구성된다. 곡들은 동시대성을 다각도로 탐색하는 주제를 담고, 작곡가만의 독창적인 소리로 표현될 것이라고 한다. 고전적인 실내악 편성 작품뿐 아니라, 전자음악 요소를 가진 작품들 또한 다수 포함될 예정이어서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노재봉은 “현재의 사회상에 주목해 이를 음악 구조와 연결 짓는 것에 깊은 관심을 둔다”면서 “그 목적은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한 개인으로써 내린 결론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주곡은 플루트와 클라리넷을 위한 ‘스트레포’(2023)’, 피리와 고정 매체를 위한 ‘피리피’(2023), 두 대의 첼로를 위한 ‘아우’(2023), 피아노와 1/4음 낮게 조율한 미디 키보드 ‘판타스마고리’(2023),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와 샘플러가 포함된 ‘사랑하는 당신께’(2023)’ 등이다. 연주 플루트 장예지, 클라리넷 유지훈, 피리 김지윤, 피아노 이보미·김혜선, 바이올린 진혜빈·윤지영·윤주연. ▶11월 28일 오후 7시 30분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전석 초대.


이승은 작곡 발표회

'개인과 사회의 교차점에서 작곡가, 소리 내다' 포스터. '개인과 사회의 교차점에서 작곡가, 소리 내다' 포스터.

이승은(Su Lee)은 음악을 통한 사회적 발언이 더 구체적이다. 작곡 발표회 제목도 ‘개인과 사회의 교차점에서 작곡가, 소리 내다’로 정했다. 작곡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대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일원으로서 고찰해야 할 점을 조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승은의 작업 태도는 그의 독일 유학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작곡가 노트에도 “유학 시절, 전후 시대 유럽 정치 음악 작곡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며 “사회적 갈등이나 메시지를 음악적 언어로 표현·환기하고자 노력한다”고 적었다.

이승은은 독일 폴크방 예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버펄로 뉴욕 주립대에서 오르간 석사와 작곡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가진 2021년 5월 첫 작품 발표회는 당시 일어났던 국제적 사회 운동과 한국 정치 문제를 다룬 ‘비평적으로 듣기’였다. 지난해 9월엔 ‘뮈지크 콩크레트 도큐망테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고안해 소개한 ‘슈투디오 프리쉐 클랭에’(독일어로 ‘신선한 소리 연구소’라는 뜻) 창단 기념 렉처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뮈지크…’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셰페르에 의해 소개된 개념으로, 악보를 통해 연주되는 성악이나 기악 악곡이 아닌, 소위 사운드 오브제를 이용해 만든 음악을 뜻한다.

이번 발표회에서 선보일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2023·발화자 소프라노 우선홍·바리톤 김성복, 피아노 심정운)도 ‘뮈지크…’의 예다. 이 작품은 대학을 사직하게 된 개인적인 사건으로 시작해서 2010년 고려대 학생 김예슬의 자퇴 선언문, 서이초 교사 자살 사건, 아동학대처벌법, 2019년 강사법 제정 등을 다룬다.

이 외에도 이날 발표회에선 ‘나답게 사는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을 세상에서’(2023 개작 초연·알토 색소폰 김대훈, 호른 조성현),‘거부당한 곡 제목:1979년과 2019년의 마음’(2023 개작 초연·바이올린 강예지, 피아노 심정운), ‘계란으로 바위 치기’(2023·가야금 김지은, 무용 신명관, 전자음원 정현진), ‘침묵은 동조다.’(2023·일렉기타 김종군, 무용 김보은)를 선보인다.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사이사이 관련 동영상을 상영한다. ▶11월 29일 오후 7시 30분 동래문화회관 소극장. 전석 1만 원.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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