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맛, 온도까지 완벽한 커피…로봇 알바가 내렸다
부산진구 가야동의 '로봇 카페'
로봇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제조
부산 로봇 SI기업 STS로보테크
"3D업계 구인난, 로봇이 대안"
찬바람 부는 겨울, 따뜻한 커피를 마시러 한 카페로 갔다. 원두를 고르자 바리스타가 그라인딩을 시작했다. 완벽한 굵기로 갈린 원두를 필터에 넣고 가루가 평평해지도록 조심조심 흔들어준다. 88~92℃ 알맞은 온도로 가열된 물을 커피 가루가 충분히 젖도록 부어 준다. 핸드드립을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 이 바리스타에게 흔들림이나 망설임은 없다. 부풀어 오른 정도를 관찰하며 기계적으로 반복한다. 완벽한 물의 양과 온도, 자로 잰 듯한 드립 실력. 사실 커피를 내리는 것은 사람이 아니다. 카운터에는 기다란 로봇 팔이 설치되어있다.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이곳은 부산진구 가야동 동의대 앞 사거리에 위치한 ‘위잉 로봇 카페’다. 동의대 대학생 이 모(26) 씨는 “처음에는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게 신기해 찾아왔는데, 로봇이 커피를 만들다 보니 맛이 일정해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사상구 학장동의 한 치킨집. 로봇 카페에서 본 것보다 조금 더 긴 로봇 팔이 이번에는 치킨을 튀기고 있다. 바리스타 로봇보다 조금 더 과감하다. 뜨거운 식용유 속에서 튀겨지고 있는 조각 닭을 과감히 건져 공중에서 기름을 턴다. 중간중간 찬 바람을 쐬어주며 치킨의 생명인 바삭함을 한껏 끌어올린다. 로봇 사장이 치킨을 튀기는 이곳은 ‘위잉 로봇 치킨’집이다.
사실 두 곳 모두 부산에 본사를 둔 국내 최대 ‘협동로봇’ 전문업체 STS로보테크가 202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가게다. 로봇업체가 자영업 시장에 뛰어든 게 아니라, 협동로봇의 성능 및 효과를 실험하고 홍보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STS로보테크의 김기환 대표이사는 “1년 동안 운영하며, 커피 맛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무엇보다 협동로봇의 장점을 홍보하고 사람들에게 로봇을 친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협동로봇이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사람을 도와 작업을 수행하며, 산업용 로봇보다 조작이 쉽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진 로봇을 말한다. STS로보테크는 2021년 설립 이후 지난해 국내 협동로봇 시장 매출의 9.1%를 점유한 4차산업 선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64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은 약 1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협동로봇(210대)을 보유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이 협동로봇을 활용해 반도체 등 고품질 부속품을 생산하고 동시에 로봇 시스템 통합(SI·협동로봇을 수요처에 맞게 재가공 하는일)전문 기업이다. 김 대표는 “구인난을 겪는 많은 자영업자를 협동로봇이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3D 업종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동로봇 산업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301억 달러였던 세계 협동 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435억 달러까지 커졌다. 2026년에는 1033억 달러(약 127조 원)로 커질 예정이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억 4000만 달러(약 5600억 원)에서 연평균 23.3%씩 성장해 2026년에는 10억 3000만 달러(1조 3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로봇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행정이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규제가 로봇산업의 성장을 발목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STS로보테크는 대구광역시와 대규모 로봇연구개발 및 제조시설 건립 협약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얼마 전 대구에 '국가로봇테스트필드'라는 실증 단지가 예타를 통과했는데, 국내 모든 로봇 관련 기업이 대구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에도 로봇연구소 등 R&D 센터를 짓고 집적 단지를 만들면 고학력 인재의 유출도 막을 수 있고 부산이 로봇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남형욱 기자 thoth@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