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해양치유센터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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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풍요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결핍의 시대라고도 한다. 첨단 문명으로 온갖 편리함과 풍요를 누리는 현대 인류는 역설적으로 또 무언가 늘 부족하고 불안해한다. 첨단 문명이 없으면 삶을 영위하기조차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론 첨단 문명과 거리를 둔 채 자연 속에 온전히 자기 몸을 내맡기고자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명에 대한 중화 작용으로써 자연 속에서 몸 자체의 균형감을 회복하려는 인류 진화 과정의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들어 각광받는 ‘치유’ 개념 역시 이런 경향의 한 단면일 것이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이미 온갖 종류의 치유 활동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삼림을 이용한 숲 치유부터 명상 치유, 기(氣) 치유, 반려동물 치유, 여행 치유, 놀이 치유, 음악 치유 등 그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불이나 물을 무심코 바라보는 일명 ‘멍때리기’는 대회까지 열릴 만큼 인기를 끈다. 만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인간 중심의 세상인데도, 이렇게 별도의 치유 활동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새삼 놀랍다.

수요가 많다 보니, 이제는 치유 활동 자체가 하나의 사업으로 격상되는 분위기다. 근사한 자연조건이나 자원을 보유한 지자체들은 치유를 지역 활성화의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정부도 이를 지원하는 추세다. 지난 24일 국내 최초로 전남 완도군에 문을 연 해양치유센터는 이런 추세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새로운 형태의 치유 시설이다. 바다 경관과 모래사장, 갯벌, 해조류 등 각종 해양 자원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한다.

이미 해양 치유 활동을 성장 잠재력이 높은 해양 신산업으로 전망하는 해양수산부는 앞으로 완도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전국 5곳의 거점에 순차적으로 해양치유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부산·경남에는 2025년 말께 고성군에 해양치유센터가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전국 5곳에 들어설 예정인 해양치유센터가 왜 부산에는 빠졌을까 하는 생각이 설핏 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정부가 해양 자체를 국민의 심신 건강을 위한 자원으로도 인식한 것은 신선하게 느껴진다. 국민이 건강한 육체와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정부에게도 축복이다. 삶의 무게와 불안으로 켜켜이 쌓인 심신의 고단함을 해양을 통한 치유로 조금이나마 덜 수 있다면 이 또한 삶의 큰 의지처가 아닐 수 없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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