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집밥”… 고물가에 식비도 줄인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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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7만 원 일주일 식단 영상에
손쉬운 조리법 영상까지 입소문
먹거리 물가가 소득 상승률 초과
외식·배달음식 줄이기에 안간힘
유통업계도 저가 밀키트 등 출시

먹거리 물가 인상 등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최근 유튜브나 SNS에서는 ‘n만 원 일주일 식단’과 같은 식비 절약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썸네일 캡처 먹거리 물가 인상 등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최근 유튜브나 SNS에서는 ‘n만 원 일주일 식단’과 같은 식비 절약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썸네일 캡처

부산에 사는 장 모(31) 씨의 유튜브 홈 화면은 ‘집밥’ 관련 영상으로 가득 차있다. 최근들어 집밥 관련 요리 영상을 즐겨보자, 알고리즘이 관련 영상을 추천해준 것이다. 평소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즐기던 장 씨는 외식 물가가 치솟고 배달비가 오르면서 집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은 밖에서 사먹거나 시켜먹기만 해도 한 끼에 1만 원을 훌쩍 넘는다”면서 “식재룟값도 많이 올랐지만, 유튜브나 블로그의 일주일 집밥 식단과 레시피 등을 참고하면 식비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요즘에는 식비 5만 원으로 일주일 살기를 실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동영상 플랫폼과 SNS 등에서는 ‘n만 원 일주일 식단’ 등의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게시물마다 금액대는 5만~7만 원 대로 다양하다. 영상에는 장바구니 목록과 식단, 조리법 등이 담겨있다. 평소 일주일 식단 영상을 챙겨본다는 김 모(48) 씨는 “장바구니 물가도 많이 올라서 식단을 짜지 않고 무턱대고 담았다간 예산을 초과하기 일쑤다. 여러 영상을 참고해서 식단을 짜고 예산 안에서 필요한 것만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 다니는 직장인도 늘었다. 부산 중앙동에서 근무하는 최 모(40) 씨는 직장에서 도시락 모임을 만들었다. 최 씨는 “구내식당이 없어 매번 점심 때마다 밖에서 사먹어야 하는데, 점심값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 도시락을 싸 다니기 시작했다”면서 “요즘 SNS에 손쉬운 조리법도 많이 올라와서 전날 저녁에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놓고 다음날 챙겨와 데워 먹기만 하면 돼서 생각보다 편하다”고 귀띔했다.

실제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3년 전에 비해 1000~4000원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점심식사 평균 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올해 조사에서는 9000원대라 응답한 비율이 20.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8000원 대(17.2%), 1만 원대(12.6%) 순이었다. 3년 전인 2020년 조사에서는 7000원대가 26.2%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6000원대(17.0%), 8000원대(16.3%) 순이었다.

식비는 가계의 부담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보다 먹거리 물가의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평균 397만 원으로 지난해 대비 3.1%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뺀 금액으로, 소비나 저축 등에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반면, 소비자물가 지수 중 대표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과 외식부분의 물가 상승률은 각각 6.3%, 5.4%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 증가분에 비해 먹거리 물가가 다른 소비자 품목에 비해 더욱 부담을 준다는 뜻이다.

처분가능소득보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더 높은 현상은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지속됐다. 지난해 2분기에는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효과 등으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14.2%까지 늘었으나, 이후에는 먹거리 물가 상승률에 역전된 것이다.

올해 3분기의 경우 가공식품 73개 세부 품목 중 53개(72.6%)의 물가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드레싱, 고추장, 치즈 등 23개 품목은 물가상승률이 10%를 넘었다. 외식은 39개 세부 품목 중 3개를 제외한 36개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피자가 11.8%로 가장 높았으며, 햄버거(9.1%), 오리고기(7.7%), 구내식당 식사비(7.7%) 등 순이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유통업계도 고물가 상황에 맞춘 실속형 밀키트 등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자사 밀키트 브랜드인 ‘피코크’의 1만 원 미만 밀키트 범위를 기존 국·탕류에서 일품 요리류로 확장했다. 2인분 기준 중량에 9980원이니, 1인당 5000원꼴에 먹을 수 있는 상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1만 원 한 장으로 먹을 수 있는 실속있는 밀키트를 다양하게 개발해 물가 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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