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수능,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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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은 수능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껏 스산해진 날씨와 함께 수능일을 맞이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모든 학생들에게 위엄 있는 시험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에게는 12년 학창 시절의 고생스러움을 평가받는 중요한 시험이다.

학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시대가 이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능은 여전히 비행기를 멈추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수능만 끝나면, 수능만 잘 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어른들에 의해 학생들이 많은 것을 참고 견딜 것을 요구받는다. 수험생에게는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다양한 일탈이 허용되기도 한다.

수능을 전후로 비관적 선택을 하는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9등급으로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방식의 수능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학교 교육과정은 초등의 학습자 맞춤 교육과정에서부터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고등학교의 고교학점제 등으로 변화하며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우고 다양한 진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변해왔다. 하지만 수능은 변화의 속도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마치 인생 최종 시험으로 여겨지는 수능이 계속 상대평가체제로 유지된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다양한 교과를 탐구하도록 하는 학교 교육과정은 뒤로한 채 사교육 시장에 의지하는 현재의 상황은 타개하기 어렵다.

수능 때가 되면 부정행위, 감독관의 책임에 대한 뉴스가 등장하는데 올해도 어김이 없었다. 학부모가 학생 부정행위를 적발한 감독관 학교에 찾아가 시위를 하고 협박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본래 상위기관 입학 자격을 위한 시험은 해당기관에서 주관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가 직접 가르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교사들이 배려해 감독을 하고 있음에도 감독관에 대한 민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감독관 차출마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감독관 의자가 놓이며 약간 개선이 되는 듯하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것 또한 민원의 대상이 된다. 교사들이 6시간 넘게 서서 허리를 부여잡고, 다리가 퉁퉁 부어오른 채 감독하는 것은 민원이 두렵기 때문이다.

수능을 잘 못 치른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탓을 감독관에게 돌리려는 것 같은 무수히 많은 민원이 교사들에게 해명할 거리도 없는 해명을 요구하고, 방송을 담당하는 교사는 매시간 종이 울릴 때마다 긴장을 놓칠 수 없다 보니 돈을 내고서라도 감독에서 빠지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수능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점이다. 수능이 모든 것을 결정지을 것 같지만 인생의 변곡점은 수없이 많다. 사회 전반에 수능이 더 이상 인생을 좌우할 유일무이한 시험이 아닌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수없이 많은 시험 중의 일부라는 생각이 스미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올해 다소 어려운 난이도의 시험에 마음 졸였을 많은 수험생에게 격려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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