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쟁에 표류하는 경남 현안들…“민생은 뒷전”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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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째 제자리인 우주항공청 특별법
방통위원장 두고 힘싸움에 발목 잡혀
원전발전 예산 1813억 원 전액 삭감
경남서 “소통·공감 없는 정치” 쓴소리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국회 앞에서 우주항공청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국회 앞에서 우주항공청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의 미래 핵심 동력이 될 현안 사업들이 여야 정쟁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내 처리를 목표로 연초부터 전력투구해온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여전히 안갯속인 데다, 국정과제로 반영됐던 원자력발전 분야 예산 1800억 원은 전액 삭감돼 ‘0원’이 됐다.

28일 경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박완수 경남도지사 1인 시위와 더불어 도내 18명의 시장·군수가 모두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연내 통과를 촉구하는 릴레이 캠페인을 벌였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청년들도 한목소리를 내고, 시민사회도 나서 전방위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이 특별법은 우주항공 분야의 정책과 연구개발·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써, 우주항공청 설치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원칙·기능·특례 등이 담겼다.

청사 예정지는 사천으로 명문화한다. 국내 항공우주 산업의 약 70%가 경남에 밀집해 있기에 최적지로 꼽힌다. 특히 사천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가 둥지를 틀고 있으며, 항공우주국가산단도 조성되고 있는 곳이다.

세계 3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는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2020년 480조 원에서 2030년 735조 원, 2040년 1370조 원까지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항공청 설치가 지역의 미래 동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러나 올 4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여태 제자리걸음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의 깊은 갈등에 발목이 잡힌 것. 소관 상임위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인데, 방통위원장 문제가 우주항공청 특별법과 함께 묶인 상태다.

국가 발전을 위해 우주항공청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특별법 지연에 대해선 서로 ‘네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박 지사가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 등을 만나 대승적 결단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내년도 원전 관련 예산 1813억 7300만 원은 모두 삭감됐다.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 소속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들이 삭감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고, 국민의힘 위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는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1000억 원)과 원전 수출보증 지원(250억 원) 등으로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에 돌아갈 예산이었다.

경남은 원전산업 1번지다. 소재부터 기기 제작까지 한꺼번에 처리 가능한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를 필두로 약 300개의 업체가 몰려 있다. 2020년 원전 제조업 기준 전국 매출액 1조 7980여억 원 중 9330여억 원, 과반이 넘는 돈을 경남에서 벌어 들였다.

때문에 이번 삭감을 두고 지역에서 쓴소리가 나온다. 창원상공회의소는 원전 업계 위축을 우려하는 호소문을 냈으며, 경남도의회 여당 의원들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에너지산업 정책을 고민할 시점”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정쟁에 매몰된 정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경남대 조재욱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의 정책이나 방향성이 명확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은 양당이 소통과 공감이 없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창원대 송광태 행정학과 교수는 “완전히 정쟁에 빠져서 민생은 뒷전이다. 여소야대의 근본적인 한계에 이 문제를 풀기 쉽지 않겠지만 양보 말고 대안이 없다”고 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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