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도 ‘불지옥’ 시험 통과해야 전기차 배터리로 인증”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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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친환경차 부품인증센터
광주 광산구 빛그린 산단에 위치
4개 시험동·26종 평가장비 갖춰
국제기준보다 강화된 인증 항목
2025년 사전인증제 시행 앞둬

광주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 구동축전지 충격시험실에서 배터리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는 모습.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광주친환경자동차부품인증센터 구동축전지 충격시험실에서 배터리의 내구성을 시험하고 있는 모습.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지난주 광주 광산구 빛그린 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친환경 자동차·부품 인증센터 내 화재 시험 체임버(시험실). 3층 높이 대형 돔의 내부 중앙에는 전기차 배터리가 사각형 모양의 철망 안 가스버너 위에서 불에 달궈지고 있었다. 고온에서 배터리가 폭발하지 않고 잘 버텨내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으로, 곧바로 가스불이 커지면서 배터리 형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기둥이 에워쌌다.

이 센터 문보현 책임연구원은 “이 테스트를 ‘배터리 불지옥 실험’이라고 부른다”면서 “150초 동안 불을 지르면 800도에서 시작해 1500도까지 올라간다. 전기차 배터리는 3시간 뒤에도 폭발하지 않아야 시험에 통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동 축전지 충격시험실도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 주행 중 충돌사고가 났을 때 배터리에 불이 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전기차 배터리가 넓은 철제 판위에 고정돼 있는 상태에서 둥근 금속막대가 튀어나와 강하게 때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금속막대가 가하는 충격의 힘은 최대 28G(중력가속도)에 달한다고 한다. 레이싱머신이 시속 100km 안팎의 속력으로 코너링을 할 때 레이서가 받는 힘이 보통 4G라고 하는데 이 힘의 7배 수치다.

자동차안전연구원 전준호 안전연구처장은 “충돌 뒤 배터리에 불이 나는지 1시간 동안 지켜본다. 사고 뒤 구급차가 도착해 다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배터리시험동에는 냉각장치가 고장났을 때 한계온도(60도)를 얼마나 버티는지 시험하는 과열방지시험, 배터리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안전한지 확인하는 열충격시험 등이 마련돼 있었다.

배터리를 바닷물에 빠뜨려 화재 위험성을 판단하는 침수시험도 있다. 이 시험은 국제기준에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초로 침수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바닷물은 염도 때문에 일반 물보다 더욱 감전 위험이 높고,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있어 침수시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 확대와 배터리 화재로 인한 친환경차의 안전성 확보가 요구되면서 정부 차원의 친환경차 전용 인증센터가 준공돼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산하인 이곳 센터는 2019년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공모사업에 광주시가 최종 선정돼 총 사업비 393억 원을 들여 광산구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내 2만 9916㎥ 부지에 세워졌다.

이곳 인증센터는 화재 시험 체임버를 포함해 배터리시험동, 충돌시험동, 충격시험동 등 총 4개의 시험동과 평가장비로는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 안전성 평가장비 6종, 충돌 안전성 평가장비 11종, 충격 안전성 평가장비 6종, 화재 재현장비와 법적 부대장비 3종 등 총 26종이 갖춰져있다.

배터리시험동에는 8개 시험실 중 4개 시험실이 배터리 화재·폭발에 대비한 시설로 갖춰져 있다. 배터리시험동은 국제기준(10개)보다 강화한 총 12가지 항목의 평가시험을 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안전성은 제조사의 자기인증제도로 검증해왔지만 앞으로는 ‘배터리 사전인증제’를 통해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제도는 내년 입법예고를 거쳐 2025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엄성복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사전인증제도가 시행되면 정부 측 부담도 커지게 되지만 그만큼 국민들의 안전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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