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가덕신공항 '명칭'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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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언론의 칼럼에 게재된 ‘가덕신공항을 이순신공항으로 명명하자’라는 글을 읽고 평소 필자가 생각해 오던 ‘명칭’ 문제에 대해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 보자는 마음에서 글을 써 본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을 고르라면 먼저 세종대왕을, 그다음으로 충무공 이순신을 꼽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을 지키고 있는 두 분의 크고 높다란 동상만 보아도 선뜻 이해가 된다. 430여 년 전, 북항 앞바다에서 충무공이 이끄는 연합 수군이 부산대첩에서 네 차례나 승전을 거둬 부산시가 ‘부산포 대첩 승전일’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10월 5일을 ‘부산시민의 날’로 확정 공포(1980년 9월 10일)한 것만 보아도 공감이 된다.

반면 다른 생각도 겹친다. 서양에서는 어떤 특별한 시설물을 건설할 때 대개 시설물과 연관되는 유명 인사의 명칭으로 짓는다. 케네디공항이나 부시, 드골, 다빈치공항처럼 대통령의 이름을 쓰거나 유명 예술가의 이름을 빌려 명명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특수한 시설이나 기념관을 제외하고 공항명으로 관련자의 이름을 새기는 사례가 없었다. 따라서 전 세계인이 이용할 공항 이름을 ‘이순신’이라고 하면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령 일본 사람이 입국할 때, 관문 이름에 한때 적의 장군 이름을 보게 되면 과연 그들이 기분 좋은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이순신은 우리의 영웅이고, 위대한 장군이지 세계 모든 시민의 영웅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정태·부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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