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한껏 키워낸 여정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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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혼자 벌이는 잔치판’ 비웃음 극복
정부·대한상의 참여 국가 홍보전 승화
1~2년 사이 서울 꺾고 도시 평가 급상승
제2도시 딱지 떼고 국제 무대 이름 새겨

삼성전자의 ‘부산엑스포 택시’(위)와 LG전자의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버스’가 각각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주요 명소를 순회하며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각 사 제공 삼성전자의 ‘부산엑스포 택시’(위)와 LG전자의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버스’가 각각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의 주요 명소를 순회하며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각 사 제공

숨 가쁘게 달려온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전이 막을 내렸다. 그간 내색하지 못한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러나 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빈 관계자들의 가슴은 부산이란 브랜드를 한층 더 키워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부산을 세계 주요 도시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무대에 올렸고, 그 지난한 과정 자체가 도시를 성장시킬 자산이 됐다는 평가가 피로감을 씻어낸다.

■부산을 위해 전국이 들썩

부산이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얻어낸 성과는 이미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된다. 올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서 평가한 ‘세계 살기 좋은 도시’ 지수에서 부산은 86.7점을 기록했다. 아시아 도시 중 6위다. 2년 사이 부산은 거주의 안정성, 의료와 문화, 환경, 교육 등 종합적인 평가에서 눈에 띄는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행·탐사 전문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글로벌 에디터들이 추천하는 ‘숨 막히게 멋진 여행지 25’에 선정된 점도 인상적이다. 이들은 부산을 ‘창의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항구 도시’로 소개했다. 아시아에서 도시 전체가 여행지로 소개된 곳은 부산이 유일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가 힘들게 끌어나가던 유치 활동이었다. ‘부산 혼자 벌이는 잔치판’이라는 비웃음까지 나왔다. 그러나 부산상의가 중앙 정부와 대기업을 우군으로 모셔 오면서 홍보전 볼륨은 대폭 커졌다. 민관이 합심한 엑스포 유치위원회가 1989만km를 날아다니며 만난 BIE 회원국 고위 인사만 175개국 3000여 명에 달한다. 월드엑스포를 계기로 부산을 수도권과 버금가는 경제권으로 키워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진다는 부산의 호소에 전국이 화답한 셈이다.

부산상의는 지난해 4월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회의를 부산으로 유치하는 묘수를 뒀다. 이 자리에서 2030부산엑스포 지지 결의를 다지면서 대한상의를 비롯한 전국 72개 상의를 부산의 편으로 끌어들였다. 부산상의 장인화 회장은 “김해공항의 짧은 활주로 때문에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이 뜰 수 없어 전 세계에 부산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유치 결과와 관계없이 2년간 이어진 유치 활동이 부산의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한 덕분에 물류, 관광산업 육성은 물론이고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외자 유치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위상 높아진 국제도시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파생된 효과에 대해 호평이 이어진다. 당장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하는 ‘도시브랜드 평판’ 순위에서는 부산은 2022년 9월부터 11개월간 서울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켰다. 환상적인 불꽃쇼를 선보이며 국제박람회기구(BIE) 현지 실사를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큰 마케팅 성과로 작용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발표하는 ‘시민 행복지수’에서 2020년 8위에 머물렀던 부산이 2년 만에 2위로 올라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별·광역시 중에서는 부산이 단연 1위다. 월드엑스포 유치를 통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더 촘촘해진 사회 관계망이 행복지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로 유치 홍보전쟁의 최일선에서 뛴 실무진은 입을 모아 부산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했고 이를 체감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제2 도시’라는 수식어를 떼고 로마나 리야드 같은 이름난 국제도시들과 한판 대결을 벌인 도시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시민참여연합 백명기 대표는 “사업하는 지인이 외국에 출장을 나갔다가 ‘부산에서 왔다’고 하니 다들 기대 이상의 환대를 해줬다고 해서 한참 웃었다”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까지 총출동해 부산을 도왔는데 이게 과연 엑스포 유치전이 아니었으면 꿈이나 꿀 수 있는 일이었겠느냐”고 말했다.

부산시의회에서 엑스포특위 위원장을 맡아 활약한 강철호 시의원도 파리와 로마, 런던, 상하이, 도쿄 등 누구라도 알만한 도시의 행렬에 부산이 이름을 올리게 된 것만 한 성과는 없다고 단언했다. 제대로 된 국제 무대에서 인상 깊게 자기소개를 한 것과 다름없었다는 의미다. 강 위원장은 “당장 공항에서부터 세관원이 ‘한국 분이시네요’라고 인사를 하고 길 가다 마주친 현지 시민이 한국말로 ‘부산 엑스포 응원합니다’라고 지지를 보내는 걸 경험했다”면서 “이미 부산의 도시브랜드는 시민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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