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8곡… ‘3부 음악회’ 만든 피아니스트 유자 왕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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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화회관서 첫 부산 공연
앙코르만 8곡… 40여 분 연주
감각적 의상·연주로 청중 매혹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눈과 귀가 즐거운 연주라는 말이 실감 났다. 월드 클래식 음악계의 아이돌이라고 할 만큼, 감각적인 의상과 뛰어난 연주력으로 세간의 관심을 끈 중국계 피아니스트 유자 왕(36)이 지난 28일 저녁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첫 부산 리사이틀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한국에서 열린 유자 왕 독주회는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처음 이뤄졌지만, 부산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 프로그램 시작은 오후 7시 30분이었는데 오후 8시 10분께 1부가 끝났다. 그리고 중간 휴식 20분을 갖고 오후 8시 30분께 2부를 시작해 9시 10분에 공연이 끝났다. 1부와 2부에 각각 40분가량 연주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앙코르 연주로 무려 8곡을 선보인 뒤 최종 공연을 끝낸 시각을 확인하니 오후 9시 50분. 즉석에서 ‘3부 음악회’를 펼친 셈이다. 거의 본 연주 수준으로 앙코르를 소화했다. 부산에서 처음 열린 독주회다 보니 유자 왕으로서도 확실한 팬 서비스를 한 듯하다. 지난 25일 열린 서울 독주회에서 3곡, 26일 대구 연주에선 7곡을 앙코르 했다.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애초 이번 공연이 화제를 모은 건 크게 세 가지였다. 연주곡목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베일링 프로그램(Veiling Program)’ 형식의 공연이란 점과 다른 클래식 연주자들과 차별화되는 감각적인 패션, 그리고 뛰어난 기량이다.

곡 선택도 예사롭지 않았다. 프랑스 현대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부터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곡들로 구성했다. 특히 1부는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스무 개의 시선’ 중 15번과 10번, 그리고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7번, 드뷔시의 ‘기쁨의 섬’을 들려줬다. 메시앙과 스크랴빈 작품을 선택한 것부터도 유자 왕의 자신감처럼 내비쳤다. 출중한 기교는 듣던 그대로였다. 다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개성이 넘치는 연주였다. 특히 드뷔시의 ‘기쁨의 섬’은 스크랴빈 작품 연주가 끝나자마자 관객이 손뼉을 칠 틈도 없이 시작해 몰입감을 높여 갔다. 2부는 쇼팽 발라드 4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을 선택했다. 1부만큼의 강렬함은 덜했지만, 청중들에겐 1부 곡보다 익숙하고 편안했다. 1부가 현대음악의 묘미를 한껏 드러냈다면, 2부는 곡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데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파격의 아이콘’ 유자 왕의 매력은 3부에서 만개했다. 앙코르곡을 고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피아노 위에 펼쳐 놓은 태블릿PC를 이리저리 쓱쓱 넘기더니 악보를 골라 즉석에서 연주했다. 아르투로 마르케스의 ‘단존’ 제2번으로 시작해 라흐마니노프 ‘이탈리아 폴카’, 요한스트라우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을 거쳐 사무일 파인베르크가 피아노 독주곡으로 편곡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중 3악장 ‘스케르초’를 지나자, 객석은 그야말로 후끈 달아올랐다.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중에서 네 마리 백조의 춤과 메트너의 '잊혀진 멜로디' 1번, 글래스의 연습곡 6번, 카푸스틴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작품번호 40까지 폭풍처럼 내달렸다. 청중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하면서도 즐거워했다.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1부 커튼콜 모습. 김은영 기자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1부 커튼콜 모습. 김은영 기자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차례나 커튼콜을 받은 피아니스트 유자 왕. 김은영 기자

이날 유자 왕은 남다른 패션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1부와 2부 의상을 달리했을 뿐 아니라 클래식 무대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하이힐과 파격적인 의상을 선보였다. 20㎝는 족히 되는 것 같은 하이힐을 신고 피아노 페달을 밟는 것조차 신기했다. 아무래도 정확도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데도 그런 선택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즐거운 모험인 듯했다.

한편 부산을 끝으로 이번 한국 연주를 끝낸 유자 왕은 12월 1일부터 쑤저우, 난징, 상하이, 광저우, 센젠, 시안, 창사, 우한, 베이징에 이르는 중국 8개 도시 순회 연주에 나선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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