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룡의 고향 예찬 산문집 ‘날마다 한 생각’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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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통영 관련 70편 묶은 산문집

<고향에 살면서 날마다 한 생각>. 도서출판경남 제공 <고향에 살면서 날마다 한 생각>. 도서출판경남 제공

‘고성, 그곳에 가고 싶다.’ 고향인 경남 고성읍에 사는 정해룡 시인의 <고향에 살면서 날마다 한 생각>(도서출판 경남)은 무장해제당하는 고향에 대한 사랑의 인문서다. 고향 고성을 예찬하는 70여 편을 묶은 산문집이다. 고향 예찬은 너무 짙어 고성권역, 즉 통영까지 아우르는데, 하기야 고성 통영이 같은 문화권이다.

그는 “고성 하이면~삼산면 해안 길의 바다바라기는 황홀하다 못해 눈가에 이슬을 맺히게 한다”고 말한다. 거기에 하일면도 있는데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는 ‘천하제일면’을 줄인 말이 ‘하일면’이라고 했단다. 그가 ‘스승’이라 부르는 김열규는 천하제일면의 좌이산 자락에서 ‘자란만 귀거래사’의 삶을 살았는데 항암치료를 한 그날까지 유고집 <아흔 즈음에>의 글을 썼다고 한다.

그곳에 살았던 이들이 그곳을 닮아갔던 것인데 고성 일대의 바다는 호수 같은 바다요, 더 이상 시가 필요 없는 바다라는 것이다. 정 시인은 특히 고성만 바다를 ‘충묵(沖黙)의 바다’라고 부른다. ‘깊은 고요와 텅 빈 침묵이 가득한 바다’라는 뜻인데 그 바다는 통영과 그 너머까지 경계 없이 눈부시게 펼쳐져 청마의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깃발처럼 아우성치는 곳이다.

그곳에서 서정주가 “그의 시에는 귀신이 들어 있다”고 혀를 내두른 초정 김상옥이 났고, <꽃신>으로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오른 세계적인 문학인 김용익과, 세계적인 음악인 윤이상이 났으며, 또 정 시인이 최고 산문가로 꼽는, 욕지도에 문장비(文章碑)까지 있는 김성우가 났다고 한다.

그의 글은 통영으로 내처 달리는데 그는 “불멸의 대작 <토지>에 대해 흔히 하동 악양 평사리가 전부인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토지>의 전부는 통영이랄 수 있다”고 말한다. 하동은 도입부에서만 나오고, 2~5부에 이르면 <토지>는 온통 통영 이야기뿐이라는 것이다. <토지>를 재발견해야 하는 것처럼 통영 고성, 심층에서는 ‘고향’을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셰익스피어 발자크 스탕달 헤세 예이츠 등의 세계 명작은 작가의 고향, 로컬 이야기라는 것이다.

‘통영’ ‘고성가도’란 시를 남긴 백석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연애 이야기, 임진왜란 때 고성의 의기(義妓) 월이 이야기 등이 쏠쏠하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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