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없다?” 진주 촉석루 국가문화재 환원 운동 본격화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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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보물 승격 위한 서명운동 돌입
3만 명 달성 목표…문화재청 등 전달
“숭례문·영남루와 형평성 문제” 지적
경남도의회, 대정부 건의안 추진도

야간 조명이 켜진 진주성 촉석루 모습. 수 차례 중건·보수가 이뤄졌지만 고고한 자태는 변함이 없다. 김현우 기자 야간 조명이 켜진 진주성 촉석루 모습. 수 차례 중건·보수가 이뤄졌지만 고고한 자태는 변함이 없다. 김현우 기자

밀양 영남루, 평양 부벽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누각으로 꼽히는 경남 진주시 촉석루의 국가문화재 승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시민 서명운동에 들어간 데 이어 정치권도 대정부 건의를 예고하고 있다.

29일 진주문화원에 따르면 문화원 산하 향토연구실은 지난 15일부터 진주 중앙동 일대에서 ‘진주 촉석루 보물 승격과 명승지 지정’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서명운동은 3만 명을 달성할 때까지 진행되며, 서명부는 문화재청과 경남도, 진주시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촉석루는 고려 고종 때인 지난 1241년 창건된 유서 깊은 누각이다. 평상시에는 사신 접대처나 과거 시험장으로, 전시에는 진주성의 지휘본부로 활용됐다. 900년 가까운 시기 동안 7차례 중건과 보수가 있었지만 특유의 고고한 자태는 변함이 없다.

지난 1948년 국보 제276호에 지정될 만큼 중요성을 인정 받은 촉석루는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전소됐고 1960년 진주 고적보존회가 재건했다. 당시 재건 사업에는 이승만 대통령이 방문할 정도로 전국적인 이목을 끌었다.

지난 1959년(단기4292년) 11월 20일 촉석루의 재건 모습. 한국사진작가협회 진주지부 제공 지난 1959년(단기4292년) 11월 20일 촉석루의 재건 모습. 한국사진작가협회 진주지부 제공

문제는 전소 이후 촉석루 가치가 평가 절하 됐다는 점이다. 재건 되기 전인 1956년 국보에서 해제됐는데, 재건 이후 그 위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1983년 문화재 지정 심의가 이뤄졌지만 문화재 가운데 가장 하위 등급인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8호에 그쳤다. 이후 2004년과 2014년 두 차례 국보 환원 대시민 운동이 전개됐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나마 2020년 도 유형문화재 제666호에 지정됐다.

추경화 진주문화원 향토연구실장은 “촉석루는 누각 건축물의 상징이 됐을 만큼 구조, 세부장식이 뛰어나고 누각 하부의 일부 구조를 제외하면 국보 당시의 모습이 충실히 반영돼 있다. 지방문화재로 남아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 낙방에도 최근 다시 국가문화재 환원 운동이 추진되는 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의 경우 목조 99%가 소실돼 2013년 재건됐지만 국보 위치는 그대로 유지됐다. 진주대첩과 논개, 김시민 장군 등으로 대변되는 촉석루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숭례문에 비해 그리 뒤쳐지지 않다는 것.

1930년대 촉석루와 현재의 촉석루 모습. 6.25전쟁 소실 이후 재건을 거쳤지만 거의 차이가 없다. 김현우 기자 1930년대 촉석루와 현재의 촉석루 모습. 6.25전쟁 소실 이후 재건을 거쳤지만 거의 차이가 없다. 김현우 기자

여기에 최근 영남루의 국보 승격 예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여론이 다시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조선시대 3대 누각으로 꼽히는 평양 부력루가 북한 국보 제17호임을 감안하면 촉석루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추경화 진주문화원 향토연구실장은 “밀양 영남루가 12월에 국보로 승격하고 남원 광한루는 보물 겸 명승지, 남대문은 목조 99%가 소실됐지만 국보는 유지하고 있다. 진주 촉석루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국보나 보물로의 환원은 물론이고 촉석루와 의암바위, 의기사 등을 합쳐 명승지로 새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주문화원 향토연구실은 지난 15일부터 진주시 중앙동 일대에서 ‘진주 촉석루 보물 승격과 명승지 지정’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진주문화원 제공 진주문화원 향토연구실은 지난 15일부터 진주시 중앙동 일대에서 ‘진주 촉석루 보물 승격과 명승지 지정’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진주문화원 제공

민간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경남도의회 차원에서 촉석루의 국가 지정문화재 환원 촉구 대정부 건의안이 추진되고 있다.

촉석루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여기에 밀양 영남루가 국보로 지정된 만큼, 촉석루의 국가문화재 지정은 관광 시너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건의안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인 조현신 경남도의원(진주3.국민의힘)은 “국보였던 촉석루가 6·25 전쟁 당시 전소되기는 했지만 전후 어려운 시기 기적적으로 복원했고 재건한지도 63년이 지났으므로 이제는 국가지정문화재로 환원돼야 한다”며 “촉석루가 국가지정문화재로 환원되면, 경남이 우리나라 양대 누각을 보유하게 돼 엄청난 관광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남도의회 건의안은 내년 1월 열리는 제410회 임시회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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