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른이 먼저 인사해야 아이들도 자라서 누군가 존중하죠” 강찬순 울산 북구시니어클럽 회원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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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초등·고등학교 인근에서
4년째 등굣길 ‘먼저 인사하기’ 실천
구청으로부터 ‘선배시민 표창’ 받아
아이들과 인사 나누는 시간 가장 행복

울산 북구시니어클럽 강찬순 할머니가 강동초등학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4년간 ‘먼저 인사하기’를 실천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울산 북구시니어클럽 강찬순 할머니가 강동초등학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4년간 ‘먼저 인사하기’를 실천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울산 북구시니어클럽 강찬순(72) 할머니는 울산 북구 강동초등학교와 강동고등학교 인근에서 매일 손주 같은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킨다. 늘 존댓말로, 한 명, 한 명 만나는 아이들마다 밝은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넨다. 2020년부터 4년째다. 평범한 외모이지만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저절로 고개 숙이게 만드는 할머니다.

누군가는 ‘인사하는 게 뭐가 대수냐’고 묻지만, 강 할머니 덕분에 등굣길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 표정이 밝아졌다며 주민 반응이 좋다. 지난 17일 오전 8시께 강동초등학교 인근 횡단보도에서 노란 깃발을 들고 서 있는 강 할머니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그래. 학교 잘 다녀와.” 강 할머니는 아이들이 올 때마다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도 익숙한 듯 “안녕하세요”라며 답했다.

할머니에게 먼저 인사하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오늘은 왜 형이랑 같이 학교에 안 가니?” 할머니는 아이들 안부도 물었다. 살가운 인사가 오가자 쌀쌀했던 아침 등굣길에 생기가 돌았다.

할머니는 “어른이라도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인사를 건네는 의미를 얘기했다.

“이 아이들도 자라서 누군가를 존중하게 될 거 아닙니까. 어른이라고 먼저 인사하기를 기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강 할머니가 그동안 ‘먼저 인사하기’를 실천한 덕분인지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이제 당연한 듯 인사를 주고받는다. 장난꾸러기 초등학생도, 사춘기 고등학생도 예외가 없다. 그냥 인사성 밝은 착한 아이들이다.

할머니에게 다가와 ‘감사하다’ ‘고생하신다’며 음료수를 건네는 학부모도 종종 있다. 할머니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아침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 착해요. 내가 하는 인사를 가볍게 여기지 않잖아요. 웃으며 인사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습니까?”

강 할머니는 우울증을 앓다가 친구의 권유로 등굣길 교통지도에 동참했다. 그는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낼 수 있었다”며 “오히려 내가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강 할머니는 얼마 전 강동동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와 이웃에 헌신한 공로로 구청장이 주는 ‘선배시민 표창’도 받았다.

“저 혼자 잘했다고 상을 준 건 아닐 겁니다. 아침마다 교통안전 지도를 하는 다른 참여자들도 다 같이 노력한 덕분에 안전한 등굣길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아침마다 항상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강 할머니는 처음에는 구청에서 상을 준다는 소식에 한사코 거절했다. 마음 씀씀이가 유난히 큰 탓일까. 할머니의 수줍은 말 한마디가 이어졌다. “다른 사람(동료)들한테 미안하잖아….”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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