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개방 테니스장, 수자원공사 직원 독차지 논란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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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숙도생태공원 내 공공시설
'공사 중' 이유 수년간 독점
수공 측 "임시 이용 시설" 해명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의 독점 사용이 논란이 이는 을숙도생태공원 내 테니스장. 손희문 기자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의 독점 사용이 논란이 이는 을숙도생태공원 내 테니스장. 손희문 기자

부산 한 공기업 직원들이 공공 테니스장을 장기간 독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다. 가뜩이나 공공 체육시설이 부족한 데다 최근 테니스 수요가 늘어나 지자체마다 공공 테니스장 예약이 쉽지 않은데, 공기업이 직원들만 특정 시설을 독점하고 있어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3일 사하구 을숙도생태공원의 한 테니스장. 대형 카페 바로 옆에 위치해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로 보이지만, 이 테니스장은 점심시간에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을 위해서만 일시적으로 개방된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입구에 자물쇠를 굳게 걸어놔 시민들의 사용은 원천 차단된다. 하나뿐인 테니스장 입구는 공사 직원 전용 주차장 방면으로만 뚫려있어 직원들이 출입하는 통로 외에 바깥쪽 인도에서는 접근이 아예 불가능하다.

이날 12시 40분께 남녀 5명이 테니스장 2개 면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이날뿐만 아니라 27일, 28일 연일 평일 점심시간에 공사 직원들은 5~7명씩 무리 지어 공공연하게 테니스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용을 마친 뒤에는 테니스장 입구에 걸린 자물쇠를 다시 걸어 잠갔다.

29일 사하구청에 따르면 이 테니스장은 최근 2~3년간 수자원공사 직원들에게만 개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점심시간 이외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는 민간 개방 테니스장임에도 공사 측이 자물쇠로 출입을 막은 탓이다.

사하구청에 따르면 사하구 내 공공 테니스장은 총 3곳이다. 이 중 수자원공사의 민간 개방 테니스장을 포함한 2곳은 장기 공사 중인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이용 가능한 공공 테니스장은 신평레포츠공원 1곳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평일 5일 중 2~3일은 예약이 어려운 실정이어서 테니스장을 이용하려는 일반인들은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사설 테니스장을 이용해야 한다.

공공 테니스장 예약이 매우 치열해진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민간개방 시설을 독점 사용하고 있어 시민 불만이 높다. 사하구의 한 테니스 동호회 회원인 30대 직장인은 “공공 기관이라면 지역 주민의 편의를 위해 배려를 보이는 것이 도리 아니냐”라며 “테니스장 입구조차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아 ‘그림의 떡’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현재 공사 중에 있으나 아직 별도로 구체적인 공사 완료와 활용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임시로 이용하고 있는 시설”이라고 해명했다.

현황 파악과 관리 책임이 있는 사하구 역시 이러한 상황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하구 시설관리사업소는 “과거 수자원공사에서 만들어서 운영했고, 주민 편의를 위해서 한때 일부를 개방했던 곳이다. 사하구에서 관리·운영한 적은 없다”며 “구청 입장에서는 관할 지역인 데다 단지 시설이 있다 보니 현황 파악만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 체육시설 조사에서도 지자체별로 특정 단체의 공공 테니스장 독점 행태가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권익위는 “다수 기관에서 공공 체육시설을 일반 지역 주민에게 불공정하게 배정·운영하고 있는 행태를 발견됐다”며 “일반 시민의 공공 체육시설 이용권에 과도한 침해가 초래되지 않도록 코트 및 사용시간 배분을 공정하게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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