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아끼고 해외에선 펑펑… 엇갈린 여행 씀씀이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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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01박, 하루 7만 7000원
해외여행 경비·기간 모두 증가
일본·유럽·미주 순 출국 계획
업계, 국내 여행 산업 침체 우려

국내 여행과 해외 여행에서 사용하는 비용, 체류 기간 등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여름 휴가철 김해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 부산일보DB 국내 여행과 해외 여행에서 사용하는 비용, 체류 기간 등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여름 휴가철 김해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객. 부산일보DB

지난달 국내외 여행 동향을 분석한 결과, 여행객들은 국내 여행에는 지출을 아끼고 해외여행에서는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연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여행 전문 리서치 기관인 컨슈머 인사이트가 발간한 ‘월간 국내·해외 여행 동향보고 10월’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국내여행의 평균 기간은 2.01박, 1인당 총 경비는 23만 1000원으로 나타났다. 하루 경비는 7만 7000원이었다. 상대적으로 고비용인 호텔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이용 숙소를 펜션과 가족·친구집이라 응답한 비율은 소폭 상승했다. 지난달은 가을 단풍 시즌인 만큼 여행의 목적을 ‘자연 풍경 감상’이라 답한 비율이 27.2%였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국내 여행 관련 지표는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세를 보였다. 여행경험률·여행기간·1인당 총 경비 등도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2019년 대비 물가가 상승했음에도 비슷한 수준인 것은 실 지출이 감소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 3월부터 국내여행 시 호텔 이용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호텔이용률이 32.5%였던데 반해, 지난달 호텔이용률은 25.0%로 떨어졌다. 게다가 숙박업소 선호 이유에 ‘숙박비용’이란 응답이 가장 높았던 만큼, 상대적으로 비싼 호텔의 이용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해외여행의 경우 지난 6개월간 평균 기간은 6.29박, 1인당 총 경비는 195만 6000원, 1인당 경비는 26만 8000원이었다. 2019년 대비 여행기간은 18%, 1인당 총 경비는 33%, 1일당 경비는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전보다 여행 기간이 길어지고, 지출도 더 늘어난 것이다.

향후 6개월간 해외여행에 대한 계획률은 2년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21년 10월 19.7%이던 해외여행 계획률은 지난달에는 45.4%로 올랐다. 2019년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 예정 지역의 점유율은 ‘아시아’가 76.1%로 가장 높았다. 그중에서도 일본(33.1%)이 가장 높았다. 아시아 다음으로는 유럽(9.0%), 남태평양(7.8%), 미주(5.5%) 순이었다.

국내 여행의 경우 지출 의향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년간 국내 여행 지출에 ‘더 쓸 것’이란 응답은 2019년 대비 7% 늘었으나, ‘덜 쓸 것’이란 응답은 30% 늘었다. 국내여행에 대한 소비자의 절약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국내 여행 경기 침체와 여행 산업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고비용 논란이 일었던 제주도의 숙박 여행지 점유율은 6.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도 있겠으나, ‘바가지 여행’이라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여행업계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컨슈머 인사이트는 코로나 이후 급격히 변환 국내외 여행 생태계와 여행소비자 행태에 대한 조사 연구를 통해 월 단위로 여행 시장을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해 매달 동향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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