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합리한 규제 적용을 방지하는 법령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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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규 법제처장

‘행정기본법’에서 행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적극행정 운영규정’에서는 ‘적극행정’에 대해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불합리한 규제를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개선하는 것이 적극행정이라면 법령해석의 영역에서는 어떻게 ‘적극행정’을 실현하고 있을까.

법제처의 최근 유권해석 사례에서 이러한 ‘적극행정’을 찾아볼 수 있다.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철거하려면 일정 비율 이상의 ‘입주자 동의’를 받아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동주택의 주차장에 전기자동차충전기를 설치하는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 동의’를 받아 관할관청에 ‘신고’하도록 하면서도 이미 설치된 충전기를 교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때 충전기를 교체하기 위해 기존에 설치된 충전기를 철거하는 행위를 공동주택 부대시설의 ‘철거행위’로서 ‘허가’의 대상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법제처는 단순 철거행위와 달리 교체를 목적으로 철거하는 행위는 별도의 철거행위로 보지 않고 그 교체행위 전체를 ‘설치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보아 신고대상 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자칫 과도한 규제로 적용될 뻔한 사례를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또한, 건축물 바닥면적에서 제외되는 ‘계단탑’의 범위가 불합리하게 축소되는 것을 방지한 사례도 있다. 건축물의 바닥면적에서 제외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건축주나 입주민에게 유리하다. ‘계단탑’이란 화재나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사람들이 신속하게 외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치된 피난계단 위에 지어진 구조물을 말한다. 건축법령에서는 ‘계단탑’은 건축물의 바닥면적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옥상에 설치되는 계단탑이 여기에 해당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피난계단의 계단탑도 바닥면적에서 제외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공동주택 단지 내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통하는 피난계단의 계단탑으로서 지상에 설치되는 계단탑도 바닥면적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했다. 먼저, 문언상 건축법령에서 계단탑은 바닥면적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설치장소나 위치를 특정하고 있지 않다. 또, 공동주택의 계단탑은 일상적인 주거활동 등에 제공되어 사용되는 공간이 아니라 기능상 부수적인 부분에 해당하므로 건축주 등 에 대한 건축법령상의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바닥면적 산입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므로, 설치 목적이나 기능이 동일한 계단탑을 설치 장소에 따라 달리 취급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제처는 법령 문언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의 불편이나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방식으로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오고 있다. 법제처의 법령해석은 행정부의 통일적이고 합리적인 법 적용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에게 효과적인 사전적 권리구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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