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발 ELS 금감원 조사 나서, 은행들 상품 판매 중단도
금감원, 은행 대상 현황 점검
내년 상반기 만기 8조 넘어
일부 은행 고령층 판매 제한
홍콩H지수와 연계한 은행 주가연계지수 상품(ELS) 대규모 손실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ELS 판매 과정의 적합성 여부에 대해 점검에 나섰다. 은행들은 고령층에 상품 판매를 금지하거나 전체 상품 판매 중단을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 상품을 판매한 일부 은행을 대상으로 현황 점검을 진행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상품 판매현황, 민원 대응 과정 등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지수 관련 ELS 판매량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방문 점검을 진행하고 타 은행의 경우 서면 점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ELS라는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시기에 고액이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며 “ELS의 상품구조를 노령소비자, 금융투자 상품 경험이 없는 소비자가 짧은 시간 설명드려 이해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자체도 고민해볼 지점”이라며 최근 사태에 대해 은행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은 은행 등 판매사들이 ELS를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안내했다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ELS 중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약 8조 4100억원가량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 4조 7726억 원, 농협은행1조 4833억 원, 신한은행1조 3766억 원, 하나은행7526억 원, 우리은행 249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부산은행은 내년 상반기 18억 8000만 원 가량이 만기가 도래한다. 현재 기준 예상 손실액은 40~45% 수준으로 전망된다.
만기가 돌아오는 대부분 가입자가 2021년 상반기에 가입했는데, 홍콩 H지수는 2021년 상반기보다 50%가량 하락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지금보다 H지수가 20~30% 오르지 않으면 3조원대가 넘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서는 자구책으로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고령층 판매를 제한하고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은행권에서 ELS 판매 자체를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원금 손실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품은 판매리스트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부산은행은 최근 만 80세 이상 초고령 투자자의 가입을 막고 65세 이상의 경우에는 기존 ELS 상품 투자 경험이 없으면 가입이 불가능하도록 운영 지침을 마련했다.
이 원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여유자금이니 크게 불려달라는 목적을 갖고 온 고객인지, 날리면 안되는 노후 생계자금인데 정기예금 대신 원금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ELS를) 권유했는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책임을 져야 하는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