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밀 문서 유출’ HD현중 직원 항소심서 일부 무죄→ 유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유 3년 선고
차기구축함 자료, PDF변환·공유
법원 “다른 직원 시켜 편집·수집”
속보=방위사업청이 보유한 군사 기밀을 빼돌려 자사 내부망에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HD현대중공업 직원이 항소심에서 앞서 무죄로 판결된 혐의마저 유죄로 인정됐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손철우)는 30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 등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2013년 우리나라 해군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해 이를 PDF 파일로 변환, 회사 내부망에 내용을 공유한 사실이 들통 나 지난해 법정에 섰다.
유출된 문건은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이다.
특히 KDDX 개념 설계도는 옛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이 해군에 납품한 자료로, 향후 KDDX 수주를 위한 기본설계의 핵심이자 3급 군사기밀로 취급된다. KDDX 내외부 구조 도면, 전투·동력체계 등 핵심 성능과 부품 관련 정보가 소상히 담겼다.
1심 재판부는 작년 11월 연루자 모두를 유죄로 인정,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당시 A 씨에게 적용된 ‘문건 유출’ 혐의에 대해선 입증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이에 검찰은 자료 스캔과 업로드가 사무실 내부에서 일어난 점 등을 지적, 직접 혹은 다른 직원에게 지시해 A 씨가 문건을 유출했다며 항소를 제기해 실형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였다. 기밀문서를 확보한 A 씨가 다른 직원에게 지시해 기밀문서와 동일한 PDF파일을 생성하고 내부 서버에 업로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A 씨 지시 없이 일련의 행위가 이뤄졌다고 가정하기엔, 일반적인 업무 방법을 가늠해 볼 때 이례적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게다가 문서가 98쪽에 이르는 만큼 전자화해서 서로에게 공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었던 점도 고려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두 번에 걸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채 군사 정보를 편집·수집했고, 문서화했다”면서 “다만 군사 기밀은 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부에만 공유됐고 개인적인 이익은 추구하지 않았다”며 유죄는 인정하되 형량은 1심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이번 판결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축전을 전을 벌이고 있는 KDDX 수주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방위사업청은 2030년까지 6000t급 KDDX 6척을 발주한다. 총사업비는 무려 7조 8000억 원 상당이다.
통상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한다.
앞서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수행했고,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았다. 남은 건 상세설계와 선도함, 후속함 건조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았던 업체가 선도함 건조까지 수행하는 만큼 HD현대중공업이 한 발짝 앞섰다 데 이견이 없다.
관건은 HD현대중공업에 부과된 페널티다. 방사청은 군사기보호법을 위반한 현대중공업에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하기로 했다. 소수점 단위로 당락이 결정되는 방산 부문 수주전에서 이는 치명적이다.
실제 2016년 울산급 배치-III 기본설계 사업은 0.9567점 차이로 낙찰자가 선정됐고,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에서도 0.0565점 차밖에 나지 않았다.
지난 7월 대한민국 해군 차기 호위함(FFX Batch-III) 5~6번함 수주전 역시 0.1422점 차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제쳤다.
HD현대중공업은 이에 불복, 방사청 평가 기준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 들어지지 않았고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신청도 기각됐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