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엔저시대’…환전 창구도 일본행 비행기도 ‘북적’
부산은행 환전 거래액, 절반이 엔화
엔화 예금 액수 올해 1000억 돌파
여행도 활황…2019년 대비 3배
노선도 회복세…“수요 이어질 듯”
역대급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최근 은행 환전 거래 2건 중 1건은 엔화 환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바닥’을 치면서 엔화를 보유하려는 ‘엔테크족’과 일본 여행에 나서는 여행객들의 수요 급증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은행 전체 환전 거래액의 49.17%가 엔화 환전이었다. 부산은행에서 지난달 1623만 5553 달러(약 209억 원)가 환전됐는데 이 중 798만 3630 달러(약 103억 원)가 엔화 환전 거래였다. 거래 건수로 보면 지난달 1만 3763건의 거래가 있었다. 지난 6월에는 2128만 달러(약 274억 원)의 환전액 중 1266만달러(약 163억 원)가 엔화로 59.5%를 기록하기도 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도 이달에만 엔화 거래는 약 34만 5000건으로 전체 환전 거래(65만 7000건)의 52.5%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전과 함께 엔화통장을 개설해 엔화를 예치하는 엔화 예금 액수도 엔저가 본격화 한 올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부산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처음 누적 예치액이 114억 엔(약 1001억 원)을 기록한 뒤 매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엔화통장 총 잔액은 171억 엔(약 1502억 원)으로 7개월만에 50%가량 증가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6일 100엔당 867.38원을 기록해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30일 기준 100엔당 878.23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8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향후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기대감이 거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 BNK부산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외환 투자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았으나 비과세 혜택, 리스크 분산 등의 수단으로 엔화 통장 문의도 늘고 있다”며 “엔화가 현재 저점이라는 인식 속에 향후 엔화 가치 상승을 통한 환차익을 기대한 수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여행도 활황을 이루고 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지난 10월 김해공항에서 일본 출·도착편을 이용한 탑승객은 11만 4325명이었다. 지난 8월 이후 3개월 째 10만 명 이상을 기록 중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10월(3만 7990명)과 비교하면 3배 늘었다. 일본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국인이 63만 명 방문해 역대 10월 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다녀온 이 모(30) 씨는 “환율이 870원 대 일 때 다녀왔다”면서 “우리나라 물가가 많이 올라 국내여행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일본은 환율이 좋아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여행하고 온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끊겼던 하늘길도 대부분 회복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2019년 연말 기준 일본 7개 도시에 주간 370편 운행하던 항공편은 올해 11월 기준 6개 도시, 360편으로 대부분 회복했다. 오키나와와 기타큐슈 노선이 현지 상황으로 인해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노선이 재개하면 여행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가고시마와 도야마 등 부정기편 신설 노선도 추진 중이어서 여행 수요도 더 커질 전망이다.
부산의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 여름 이후 노재팬 이슈로 일본 여행이 줄었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일본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엔데믹에 엔저 현상까지 뒷받침 되면서 억눌렸던 일본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일본 여행 선호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