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입적… 조계종 “선택에 의한 분신” 판단
열반송 등 주변에 메모 남겨
조계사에서 종단장 봉행키로
대한불교조계종은 29일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전직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분신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말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자승 스님은 전날 오후 6시 50분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법랍 51년 세수 69세로 원적에 들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자승 스님의 법구가 발견됐다.
자승 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을 남겼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자승 스님의 차량에서는 칠장사 주지 스님을 향해 쓴 것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는 메모 등이 발견됐다.
자승 스님은 입적하기 전까지 활발히 활동했고, 종단 내 최고 실세였다는 것이 종단 안팎의 평가다. 그는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에 재선돼 2017년까지 총무원장을 지냈다. 퇴임 후에도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상월결사(霜月結社)’ 회주 등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종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지난 봄에는 모임을 이끌고 40여 일에 걸쳐 인도 부처님 성지 1167㎞를 도보로 순례했다. “그의 권세는 종정 위에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회자할 정도였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다음 달 3일까지 자승 스님의 장례를 종단장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경찰은 화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칠장사 내 모든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할 방침이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