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새 책] 그럼에도, 사랑하라 外
■그럼에도, 사랑하라
<당신은 길 잃은 신이다>를 쓴 저자의 후속작이다. 책을 낸 직후 어떤 수행자가 비슷한 책 한 권을 가져왔단다. 그 결과가 이번엔 기필코 깨달음을 얻겠다며, 30년 동안 근무했던 부산은행에 사표를 내고 리시케시로의 떠남이다. 이 책은 그때의 기록이다. “나를 찾는 것보다 더 위대한 발견은 없다”는 말에서 깨달음의 실마리가 느껴진다. 서창덕 지음/이정서재/312쪽/1만 8000원.
■번역: 황석희
“난 똥을 참았다가 직장에서 싸. 그래야 똥 싸면서도 돈을 버니까.” 영국 드라마 연애의 부작용'에 나오는 대사가 그렇게 부러웠던 이유가 짐작이 간다. 번역가 황석희가 자신의 첫 책을 통해 ‘작가’로 독자들 앞에 섰다. 영화 번역가로서 가장 좋은 순간을 묻는 질문에 좋은 문장을 만날 때라고 덤덤하게 답한다. 좋은 번역가답게 글이 좋다. 황석희 지음/달 출판사/264쪽/1만 6800원.
■인생은 순간이다
‘야신’ 김성근이 삶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내놨다. ‘왜 마흔에 은퇴할 생각부터 하는가’, ‘남들의 위로 속으로 도망가지 마라’ 등 소제목부터 뼈를 때린다. ‘감독은 할아버지가 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는 ‘정이 깊기에 더 멀리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김성근식 리더쉽의 결정판이다. 김성근 지음/다산북스/328쪽/1만 8000원.
■멸망한 세계에서 우리가 나비를 쫓는 이유
2101년 살아남은 인류의 희망인 백신을 연구하며 수천 킬로미터 여행길에 오른 두 사람의 이야기다. 겨울나기를 위한 먼 여정에 오른 제왕나가 그 힌트다. 나비들이 한시도 날갯짓을 쉬지 않듯이, 생명 다양성은 인류를 위해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작가는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즈너상 수상했다. 조나단 케이스 지음/조은영 옮김/원더박스/256쪽/2만 원.
■스키장을 여름에 찾게 하라!
지구 온난화 탓인지 갈수록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겨울 한철 장사하는 스키장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일본 스키장 ‘하쿠바 이와타케’는 2016~2017년 기록적으로 적은 적설량으로 고생을 했다. 하지만 역발상으로 불과 2년 만에 겨울보다 여름에 더 많은 돈을 버는 스키장으로 변모시킨 이야기다. 와다 유타카 지음/아리프 옮김/빈티지하우스/338쪽/1만 8800원.
■인간 안내서
콧물과 코딱지, 가래, 귀지, 구토, 고름, 침, 발가락 사이 때 등등. 부제인 ‘더러워서 묻지 못했던 내 몸의 온갖 과학적 사실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부끄럽게 여겼던 인체의 신비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우리 몸과 더 친해질 수 있게 된다. 형광색의 감각적인 일러스트가 이해를 돕는 포인트. 스테판 게이츠 지음/제효영 옮김/풀빛/280쪽/1만 6800원.
■전쟁이 말하지 않는 전쟁들
50일간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를 다녀온 JTBC 기자가 쓴 책이다. 뉴스 분량에 맞게 압축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잘려 나간다. 동네 사람들 수백 명을 묻어야만 했던 장의사, 전쟁 파편이 가득한 놀이터서 홀로 그네를 타던 아이…. 전행의 비하인드를 따라가면서 잊혀가는 이 전쟁을 다시 생각한다. 김민관 지음/갈라파고스/256쪽/1만 67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