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녹색 놀이터에서 천재성을 키워라
숲의 인문학 / 박중환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 급씨(伋氏)는 맹자의 교육을 위해 수 차례 집을 옮겨 다녔다. 묘지와 시장(市場) 근처에선 자식 버리겠다 싶어 마침 서당 근처로 이사하니 아들이 공부를 하더라는 것이다. 오늘날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예견한 맹모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맹모가 오늘날 환생해 <숲의 인문학>을 읽는다면, 그녀는 다시 한 번 ‘숲세권’으로의 이사를 결심할런지도 모르겠다. 다빈치·뉴턴·다윈·칸트·베토벤·괴테·처칠·가우디·아인슈타인·세잔까지, 과학·철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천재들이 모두 숲에서 그 천재성을 키웠다.
여러 천재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다소 위인전과 유사한 느낌을 주던 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인식의 영역을 넓힌다. 숲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대상을 특정 천재가 아닌 인류로 확대한다. 인류 진화사가 곧 숲의 역사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에 살던 인류의 조상은 사바나로 변해 숲이 사라진 동아프리카를 떠나 풍요로운 숲을 찾아 끝없이 이동하며 진화했다. 그러나 도시화는 인류의 녹색 본능을 억누르고 빌딩‘숲’에 정착하게 했다.
밥벌이에 발이 묶인 현대인에게 숲으로 돌아가 살라는 말은 달콤하지만 또한 허망하다. 저자는 그 대안으로 텃밭공원과 상자텃밭을 제시한다. 현실적이면서도 소박하다. 자기개발서 같은 작은 이야기와 큰 담론이 혼재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어야할지 마음 정하기가 다소 혼란스럽지만, 숲을 사랑하는 저자의 녹색 본능만은 오롯이 전해온다. 그러고보니 저자의 전작도 <식물의 인문학>이다. 박중환 지음/한길사/440쪽/2만 50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