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책과 이어진 사람들의 이야기
헌책방 기담수집가 : 두 번째 상자 / 윤성근
책은 이야기를 남긴다. 문득 서점을 돌아다니다 책 제목에 이끌려 계산대로 향한 기억. 무언가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탐구심에 책을 사게 된 추억.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선물 받은 책까지. 책이 나에게 오는 과정은 대개 머릿속에 남는다. 그래서인지 책장에 꽂힌 책은 한 사람의 일생을 풀어내는 ‘이야기 보따리’ 같기도 하다. 켜켜이 쌓인 책이 한 사람의 생각을 만든다는 점에서 책은 단순히 활자의 집합을 넘어선다.
<헌책방 기담수집가 : 두 번째 상자>는 IT 회사에서 근무하다 헌책방을 운영하게 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책 이야기다. 헌책방 직원으로 시작해 10여 년째 ‘책밥’을 먹는 저자는 헌책을 찾아주는 대신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한다. 저자가 차곡차곡 수집한 헌책의 역사에는 웃음과 울음,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겼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께 들려드리기 위해 재즈 앨범 발매를 준비하는 손녀딸 이야기부터 돌아가신 스승을 그리워하는 제자들의 마음까지, 책과 이어진 소중한 인연이 흥미롭게 쓰였다. 전작 <헌책방 기담수집가>에 이어 2년 만에 출간된 속편이지만 에피소드마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 신규 독자들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책방을 찾는 손님이 언급하는 책을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점도 신기한데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보물찾기하듯 찾아 나서는 열정은 더욱 놀랍다. ‘잘 사는 데 필요한 전공은 따로 없다. 좋은 삶이란 자신에게 다가온 사소한 계기를 알아보는 마음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무언가에 몰두하는 삶을 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좋은 이야기로 남을 것이다. 윤성근 지음/프시케의숲/340쪽/1만 6800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