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만들기 좋은 부산, 여기에 뼈 묻을래요” [Up! 부산 스타트업]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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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게임즈

7년 전 게임 개발 위해 부산행
PC·콘솔게임 ‘라이트 오디세이’
게임스컴 아시아2023서 수상
“놀라움 주는 게임 개발이 목표”

부산 게임업체 썬게임즈의 ‘라이트 오디세이’는 올해 ‘게임스컴 아시아 2023’에서 창의성상을 받았다. 김선호 대표는 “유저에게 놀라움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썬게임즈 제공 부산 게임업체 썬게임즈의 ‘라이트 오디세이’는 올해 ‘게임스컴 아시아 2023’에서 창의성상을 받았다. 김선호 대표는 “유저에게 놀라움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썬게임즈 제공

‘부산에서 게임산업은 성장하기 힘들다’ 썬게임즈 김선호(33) 대표는 이 같은 기성세대의 해묵은 편견을 깨부수는 MZ세대 게임 개발자다. 말만 번지르르한 게 아니다. 올해 썬게임즈가 만든 인디게임은 세계 3대 게임전시회, 게임스컴의 아시아 시리즈인 ‘게임스컴 아시아 2023’에서 창의성상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진 않았지만, 서핑을 사랑하고 부산 사람을 좋아하는 그를 만났다.


■뼛속까지 게이머

좋아하는 일이 막상 직업이 되면 하기 싫어진다. 좋아하는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런 불만 없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건 일종의 재능이자, 큰 행운이다. 김 대표가 그렇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애플파이 온라인’이라는 게임에 빠져 살았다”며 “게임 속에서 만난 사람들과 현실에서도 소통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진로도 ‘게임’으로 정했다. 공주대학교 게임디자인학과로 진학했다. 단순히 ‘플레이’하기만 했던 게임을 이제는 ‘메이크’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김 대표는 “게임 개발을 위해 과제로 나오는 모든 것들이 너무 즐거웠다”며 “대학교 1학년 때 플래시를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과제가 있었는데, 처음으로 기획, 프로그래밍 등 과정을 도맡아 하며 창작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다시 태어나다

김 대표는 부산 출신이 아니다. 그는 “부모님은 세종시에 계시지만, 이사를 자주 다녔기 때문인지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했다. 그가 부산에 내려온 것은 7년 전이다. 햇수로 따지면 부산에서 가장 오래 산 셈이다. 김 대표는 “부산정보진흥원 글로벌게임센터, 스마일게이트 인큐베이팅 센터 등 많은 분이 함께 해보자고 손을 내밀어 주셨고, 부산시의 다양한 지원 사업 덕분에 ‘부산행’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 사람 특유의 ‘겉바속촉’ 기질도 마음에 들었다. 김 대표는 “딱딱하고 거칠다고 생각했던 부산 사람에 대한 편견이 많았는데, 막상 내려오니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더라”며 “특히 바다가 가까이에 있어 휴일에는 서핑을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해’보자고, 썬게임즈

‘해’보자고는 썬게임즈의 슬로건. 슬로건을 활용한 회사 굿즈를 제작해 주변에 나누기도 한다. 올해로 설립된 지 3년째를 맞는 신생 게임 제작사. 7년 동안 함께 성장한 첫 번째 게임 회사에서 갈라져, 김 대표의 ‘홀로서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게임 제작에 있어,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더 반영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부정적인 생각에 망설이기 보단, 슬로건처럼 일단 ‘해’보는 회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생각대로만 되진 않았다. 설립 초기 썬게임즈에서 제작한 게임은, 속된 말로 모두 망했다. 초창기 썬게임즈는 주로 하이퍼캐쥬얼 장르의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단순하고 간단한 게임이 큰 성공을 거두는 걸 많이 봤다”며 “성과를 빨리 내자는 생각에 5개 게임을 출시했지만, 만 원도 못 벌었다”고 고백했다. 큰 시행착오를 겪으며 썬게임즈는 다시 게임의 본질인 ‘재미’에 집중하기로 했다.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썬게임즈만의 독창적인 개성이 결국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썬게임즈가 개발한 PC·콘솔 게임인 ‘라이트 오디세이’가 ‘게임스컴 아시아 2023’에서 창의성상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된 것. 라이트오디세이는 보스러시 게임의 일종으로 ‘완다와거상’‘다크소울’ 등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기자기한 주인공 캐릭터 ‘반디’와 감성적인 배경이 잘 녹아든 인디게임이다. 김 대표는 “현장 반응은 괜찮았지만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민망하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껏 해오던 일들이 조금이나마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기뻤다”고 말했다. 라이트 오디세이는 내년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글로벌 런칭할 예정이다.

■부산 게임의 미래

김 대표는 부산에서 게임제작사를 운영하며 성공 가능성도 확인했지만, 동시에 어려운 점도 많다고 고백했다.

특히 게임개발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라이트오디세이 개발 당시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김 대표는 “사람 구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는데, 라이트 오디세이의 보스 모션캡쳐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며 “유명 게임 업체들이 다 서울에 몰려 있다 보니, 게임 산업으로 취업을 생각하는 분들도 다 서울로 가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부산에는 글로벌게임센터 등 게임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지원 사업과 멘토링 등이 가능하니 부산으로 눈을 돌려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게임 개발을 계속하는 데는 김 대표만의 이유가 있다.

그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인 게임 창작을 통해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큰 성취감을 준다”며 “내가 잘하는 점과 유저들이 좋아하는 점의 중간 지점을 좇으며, 유저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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