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신자도를 아십니까?
진우도, 신자도, 장자도, 도요등, 백합등, 대마등, 맹금머리등.
낙동강 하구에 있는 7개 모래섬이다. 낙동강을 빠져나온 모래나 진흙이 바다의 밀물, 썰물과 만나 쌓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해 만든 모래톱(사주·沙洲)이다. 환경에 관심이 좀 있다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이들 지명이 다소 낯설지 싶다. 섬 이름 뒤에 도(島)와 등(嶝)이 혼재돼 있는데, 수위에 따라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는 것은 ‘등’이다.
요산 김정한(1908~1996)의 단편소설 〈모래톱 이야기〉는 이처럼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 조마이섬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곳 주민들의 삶의 역사를 조명한다. 소설 속 배경이 되는 조마이섬은 을숙도를 모티브로 했다지만, 작가가 창조해 낸 섬이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는 환경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1966년 7월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을 시작으로 1987년 자연환경보전지역, 1999년 습지보호지역 등으로 잇따라 지정됐다. 이곳은 부산의 대표적 생태 교육지이다. 모래섬들은 철새와 고둥, 게, 억새 등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이다. 하지만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지 않으면 이들 모래섬을 보기는 어렵다. 다대포 아미산전망대에선 크고 작은 모래톱들이 장관을 이루는 낙동강 하구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7개 섬 중 신자도는 마치 엿가락처럼 가늘고 길게 펼쳐진 모래섬으로 그 길이가 자그마치 3km가 넘는다. 1950년대 초 장자도 남쪽에서 하나둘 사주가 출현하기 시작하다 1970년대 그 규모가 현재와 비슷하게 성장하면서 1975년 지형도에 올린 섬이다. 새로 생겨난 섬, 또는 철새들이 많이 몰려와 새등이라고도 한다. 겨울에는 섬의 상당 부분이 갈대숲을 이룬다. 10년 전엔 이곳에서 큰불이 나 전체 면적 61만 1570㎡ 가운데 10%에 이르는 지역을 태우고 진화된 적이 있다.
최근 수백억 원대 보이스피싱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 발신 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도심 내 중계기(게이트웨이)를 무인도인 신자도 갈대숲에 천막을 만들어 설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심지어 이들은 섬 인근에 거주하는 어민까지 포섭해 경찰 수사를 피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갈수록 치밀·대담해지고 있다지만,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 무인도까지 범죄 거점으로 이용되는 것에 씁쓸함과 함께 분노가 치민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