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부로 나를 가치 있게, 기부로 세상을 가치 있게
최금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거둬들이기까지 힘겨웠던 농사를 마무리하는 계절이 겨울이다. 농한기라 하여 땅도 쉬고 사람도 쉬며 봄을 기다리며 재충전하는 시기이다. 이와 달리 겨울에 씨앗을 뿌리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있다. 바로 사랑의열매다.
씨앗은 아주 작고 때론 눈에 띄지도 않으며, 농사를 짓는 이들 외에는 눈여겨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씨앗의 가치는 생명의 시작이며 생명 그 자체이다. 풍성한 숲도 작은 씨앗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 알의 씨앗이 내게 떨어진다면〉이라는 동화책이 있다. 한 알의 씨앗에 작은 소망을 담아 땅속에 심고 큰 나무로 자라 새로운 씨앗을 매달만큼 크게 자라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하나의 씨앗이 큰 나무로 자라기까지 시간만큼 내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부단한 노력과 주변의 도움과 인내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지만,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하나의 씨앗이 큰 나무가 되어 또 다른 씨앗을 매다는 것이다. 큰 나무가 매단 수많은 씨앗이 시간이 지나면 더 큰 숲을 이룰 것이다. 작은 씨앗이 만든 큰 숲에 수많은 동물들이 모여 살고 뜨거운 볕을 피해 잠시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도 생긴다.
씨앗을 뿌리고 나무가 되어 자라고 그 나무가 모여 숲이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나눔과 닮아 있다. 작은 나눔의 실천이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나눔을 실천하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하는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생명의 시작인 작은 씨앗이 거대한 숲의 시작이며 작지만 큰 가치를 지녔듯이 나눔도 그와 같다. 나눔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 수 있고 삶의 어려움 속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사랑의열매는 수많은 기부자와 함께 귀한 씨앗을 심어왔다. 그 덕분에 누군가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고 외로운 명절이 쓸쓸하지 않았으며 무서운 질병을 이겨내고 막막한 미래를 희망으로 채워 포기하려고 했던 삶에 용기를 품을 수 있었다. 기적 같은 일들은 나눔이란 씨앗에서 시작된 것이다.
사랑의열매는 함께하는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눔의 씨앗을 뿌리고자 한다. 송상현광장에서 희망2024나눔캠페인 출범식을 갖고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기부로 나를 가치 있게, 기부로 부산을 가치 있게’라는 슬로건으로 희망2024나눔캠페인을 진행한다.
내년도 지원계획에 따라 희망2024나눔캠페인의 목표를 108억 6000만 원으로 정하고 62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의 후유증과 전쟁, 자연재해 등의 불안한 정세와 사회 속에서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작은 나눔의 씨앗을 뿌릴 부산시민들을 기다린다. 방송사, 구·군청, 가까운 동 주민센터에서 참여할 수 있으며, 사랑의 열매 모금계좌(부산은행 027-13-000282-2 부산공동모금회), ARS 060-700-0077(통화 당 3000원)를 통해 동참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BNK부산은행의 도움으로 기부가 수월해졌다. 부산시민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BNK부산은행 계좌 앱에 접속하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나눔의 씨앗을 뿌리는 분들이 많아지면 사랑의 온도는 100도를 넘어 펄펄 끓어 넘칠 것이다. 함께하는 가치 있는 사회의 시작, 나눔의 씨앗을 함께 뿌려줄 것을 당부 드린다. 나눔을 실천하는 수많은 분들이 함께 한다면 나무와 나무가 모여 풍성한 숲을 이루듯 우리 사회도 함께하는 가치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희망2024나눔캠페인으로 모인 성금은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고, 위기가정에 대한 긴급지원, 사회적 돌봄 강화, 교육 및 자립지원 등을 위해 쓰인다. 경제위기로 더욱 어려워진 우리지역 이웃들을 지원해 신빈곤층과 기후 위기 등 새로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추운 겨울, 나눔의 씨앗을 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