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사찰 '조조지' 소장물
국내 불교계 중심 반발 예상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 일부. 일본 문부과학성 홈페이지 캡처

일본 정부가 도쿄의 한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인다. 앞서 2021년 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했다가 올해 기각됐는데 재도전하겠다는 것이다.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를 신청할 후보로 도쿄 사찰 조조지에 있는 ‘불교 성전 총서 3종’과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당시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을 선정했다.

조조지에 있는 3개의 불교 성전 총서는 중국 남송 시대(12세기)와 원나라 시대(13세기), 한국 고려 시대(13세기) 때 대장경 목판으로 찍은 인쇄물이다.

이들은 17세기 초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일본 전국에서 수집해 조조지에 기증한 것으로 중국과 고려 인쇄물을 합치면 약 1만 2000점에 이른다. 남송시대 대장경 인쇄물은 5342첩, 원나라 시대 대장경은 5228첩, 고려대장경은 1357책이다.

문부과학성은 “많은 대장경이 왕조 변천과 전란으로 흩어져 없어진 가운데 15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3개 대장경이 거의 완전한 상태로 있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며 등재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지난 28일 총리관저에서 세계기록유산 후보 선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등록에 적합한 귀중한 유산이다. 등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25년 등재를 목표로 올해 안에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일본은 앞서 2021년에도 불교 성전 총서 3종을 등재 추진 후보로 선정했으나 유네스코에서 등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고화질 이미지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며 디지털 기록으로서의 의의도 강조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짚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기록물에 대해 지정하는 문화유산으로, 2년마다 국가별로 최대 2건의 신청을 받아 심사한다. 세계기록유산은 국가를 초월해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영향을 준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보호하는 아카이브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기원한 기록물에 대해서도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고려대장경 목판 인쇄물은 한국을 대표하는 유산인 만큼 국내 불교계 등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