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울산 찾아온 ‘겨울진객’ 떼까마귀 군무 ‘진풍경’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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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까마귀 수만 마리 태화강 삼호대숲서 월동
3월까지 울산서 지내다 중국·러시아로 떠나
시, 12월 한 달간 떼까마귀 생태해설장 운영

울산에서 겨울나기에 들어간 떼까마귀들이 대숲으로 자러 가기 전 하늘에 먹물을 뿌려 놓은 듯 대규모 군무를 펼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에서 겨울나기에 들어간 떼까마귀들이 대숲으로 자러 가기 전 하늘에 먹물을 뿌려 놓은 듯 대규모 군무를 펼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올해도 울산 태화강에 ‘겨울 진객’ 떼까마귀가 찾아와 도심 하늘을 수놓고 있다.

4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 태화강변 삼호대숲에 수만 마리 떼까마귀가 둥지를 틀어 겨울철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몽골 등에 서식하는 떼까마귀는 얼음으로 땅이 뒤덮이면 먹잇감을 찾기 위해 울산으로 날아온다.

태화강 삼호대숲은 12만 5000㎡ 규모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떼까마귀가 찾는 곳이다.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 겨울에 따뜻하고 수리부엉이나 매 등 다른 포식자의 접근이 쉽지 않다. 까마귀가 겨울을 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한 보금자리다.

울산을 찾는 까마귀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로 곡물의 낟알이나 해충, 풀씨 등을 먹어 길조로 여겨진다. 동물 사체를 먹어 흉조로 알려진 큰부리까마귀와 다르다.

떼까마귀 떼는 동이 트기 전 대숲을 빠져나와 낮 동안 경북 경주와 경남 양산 들녘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해 질 무렵 다시 태화강 대숲으로 날아들어 잠을 청한다.

특히 대숲에 날아들기 직전 까마귀 떼가 전선에 앉거나 대숲 위를 선회하며 펼치는 대규모 군무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장관을 이룬다. 울산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다.

안타까운 점은 울산의 명물 떼까마귀가 해마다 줄고 있다는 것이다. 철새정보시스템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울산을 찾은 떼까마귀는 7만 448마리로 전년 8만 9320마리보다 2만 마리 가까이 감소했다. 울산지역 떼까마귀는 2020년 11만 300마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감소 추세다.

조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먹이 감소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조류 전문가 김성수 박사는 “시베리아가 온화한 날씨를 보이면서 울산으로 오는 떼까마귀가 줄고 있다”며 “울산 외곽 농지에 사료용 청보리를 많이 심어 낙곡이 줄어드는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떼까마귀는 3월까지 울산에서 지내다 중국과 러시아로 다시 긴 여정을 떠난다.

울산시와 태화강생태관광협의회는 12월 한 달간 매일 태화강 생태관광 상설 체험장 일원에서 ‘떼까마귀 군무 생태 해설장’을 운영한다. 이 기간 매일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이곳을 방문하면 떼까마귀가 울산 태화강으로 날아오는 이유와 둥글게 원을 그리며 나는 이유 등에 대한 해설을 들으며 화려한 군무를 즐길 수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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