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협상 결렬에 다시 생지옥 된 가자지구
여성·어린이 석방 두고 이견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재개
남부 폭격 vs 로켓 발사 충돌
밀려드는 부상자 감당 안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을 이어가지 못하고 교전을 재개하면서 가자지구 현지는 공포에 휩싸였다. 휴전 협상 결렬은 여성과 어린이 인질 석방을 둘러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일시 휴전 종료로 일주일 만에 전투를 재개한 이스라엘군은 2일(현지시간) 대대적으로 가자지구 남부 공세에 나섰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칸유니스, 라파 등 가자지구 남부를 폭격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밤 연설에서 “우리는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상 작전을 하지 않고 이 목표들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목표는 가자지구에서 인질들을 풀려나게 하고 하마스를 소탕하면서 ‘테러 정권’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본격적인 지상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습에 로켓 발사로 맞서고 있다.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은 2일 텔레그램을 통해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를 향해 로켓을 쐈다고 밝혔다.
이처럼 양 측이 일시휴전 직후 공격 수위를 높여가면서 가자지구 내에서는 밀려드는 부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날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칸 유니스를 방문한 유엔아동기금(UNICEF) 대변인 제임스 엘더는 “전투가 재개되기 전 병원들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며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을 우려했다.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촌에 머무는 피란민들도 다시 전쟁의 공포에 휩싸였다. 피란민 100여 명이 머물던 이곳의 한 6층 건물이 공습을 받아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앞서 이 지역 민간인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며 대피하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차례의 휴전 연장에 합의하면서 국제 사회에서는 휴전 장기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이처럼 사태가 급격하게 변한 것은 인질 석방을 둘러싼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하마스가 여성 15명과 어린이 2명을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휴전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질로 억류된 생후 10개월 아기 크피르 비바스와 4살인 형 아리엘 비바스를 언급하며 “우리는 비바스 가족의 자녀 2명과 여성 15명 등 17명 전원을 (풀어주길)원한다”고 말했다. 크피르는 인질 가운데 최연소로 알려져 생사와 석방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하마스는 크피르와 그의 형제, 이들의 어머니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지난달 29일 주장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크피르의 생사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들이 살아있는 사진이 찍힌 적이 있다고만 말했다.
하마스는 아직 억류 중인 이스라엘인 가운데 여성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지만 이들이 군인이어서 우선 석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마스의 수감자 담당 자헤르 자베린은 뉴욕타임스(NYT)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제안한 석방 명단의 여성 일부를 군인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3명을 석방하는 기존 합의와 다른 세 가지 제안을 했으나 이스라엘이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