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열띤 홍보의 추억… “도전 역사마저 지울라”[부산의 도전은 계속된다]
“실패 아픔 생각난다” 민원 잇따라
엑스포 유치 포스터 등 철거 한창
설치만큼이나 비용도 많이 들어
기록물·영상 보존 필요성 지적도
시내버스, 택시, 건물 등 부산 전역에 부착됐던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홍보물을 볼 때마다 엑스포 유치 실패의 아픔이 생각난다”며 철거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부산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물론 에어부산 등 기업들도 시민 반응에 응해 2030엑스포 홍보물 제거에 나서고 있다.
2030엑스포 유치 무산이 부산의 아픈 기억이기는 하지만 도전의 역사는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교통공사는 시내 각 도시철도 역사와 전동차 내부에 부착된 2030엑스포 홍보 포스터 철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홍보물을 제거해 달라는 민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광고는 기존의 광고판이 아니라 역사 내 빈 공간에 게시한 것”이라며 “철거가 끝나면 다른 광고를 새로 걸지 않고 빈 공간으로 놔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2030엑스포 유치에 도전하면서 부산시는 부산 전역에 배우 이정재 씨를 홍보 모델로 한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기원 홍보 포스터를 붙였다. 해당 포스터엔 두 손을 맞잡은 이 씨 사진과 함께 ‘지금 대한민국이 준비합니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등의 문구가 담겼다.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면서 홍보물 제거가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홍보물 수가 워낙 많아 철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 유치홍보과 관계자는 “월드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직후 철거에 들어갔으나 워낙 설치된 광고물의 수가 많아 광고물을 다 내릴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홍보물이 하루아침에 일괄적으로 떼어지는 게 아니다 보니 시민들께도 양해를 구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시내 곳곳이나 교통시설 등에는 여전히 2030엑스포 유치 내용의 홍보 내레이션 안내나 홍보물들이 부착돼 있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2030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아 항공기 한 대 전체에 랩핑 광고를 해 주목받은 지역 항공사 에어부산도 조만간 항공기 랩핑 광고 제거 작업에 들어간다. 이 항공기는 에어부산이 임대한 A321neo 기종으로 그동안 3000회를 운항하며 지구 100바퀴에 달하는 398만km를 누볐다.
에어부산은 항공기 랩핑 도당 당시 수억 원의 비용을 들였듯이 철거에도 수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랩핑 광고 제거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으나 제거 작업을 위해 3~4일가량 항공기 운항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비행기 표나 비행 안내 멘트 등에서도 2030엑스포 유치를 응원하는 광고를 진행했으나 지난달 29일 2030엑스포 유치 무산 직후 이 같은 광고는 모두 중단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2030엑스포 유치를 원한 것은 지역 기업으로서 당연한 일이고 비용 부담도 기꺼이 감내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시내 버스나 택시에 부착됐던 월드엑스포 홍보 스티커도 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양원석 기획실장은 “부산시에서 월드엑스포 홍보 스티커 제거 협조 요청이 왔다”며 “택시 회사마다 스티커를 제거하라고 안내했으며 일주일 내에 모두 작업이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시민들도 2030엑스포 홍보물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드디어 이정재 강점기에서 해방된 부산’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씨가 등장한 광고물이 부산 곳곳에 부착돼 있었던 때문에 나온 반응으로 보인다. 시민 장윤주(26) 씨는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았는데, 희망적인 홍보물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2030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부산 시민이 한마음이 돼 활약한 도전의 역사는 남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30엑스포 도전은 시민을 하나로 모으고 세계에 감동을 준 사례였다는 점 때문이다. 2030엑스포 유치 과정도 세계에 부산과 시민들의 저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관계자는 “2030엑스포 유치 활동과 같은 큰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는 없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형성된 네트워크 자체가 자신이라 생각한다”며 “엑스포와 관련된 간판이나 현수막 등은 철거작업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남긴 기록물과 영상 등은 부산의 역사로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