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거부, 거부 또 거부? 윤 대통령 ‘고심’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노란봉투·방송법에 세 번째 행사
민주 '쌍특검법' 저지 유일 수단
네 번째 사용에 남발 비판 목소리
여 “절대 불가” “정공법” 의견 차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마련된 대한불교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두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주도로 지난달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 관련 3법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달 또다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안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도입안 등 이른바 ‘쌍특검 법안’을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쌍특검 법안은 지난 4월 27일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180일 심사 기간을 거쳐 지난 10월 24일 본회의에 부의됐다. 쌍특검 법안 처리 시한은 본회의 부의로부터 60일이 지난 이달 22일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종료일 하루 전인 8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쌍특검 법안을 상정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 등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김 의장이 여야 정쟁의 성격이 짙고, 민생을 위해 시급하지 않는 쌍특검 법안만 상정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문제는 8일 본회의를 넘기더라도 처리 시한(12월 22일)에 다다르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힘으로 쌍특검 법안을 밀어부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럴 경우 쌍특검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 결국 유일한 저지 수단은 대통령의 거부권 밖에 없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같은 달에 두 번이나 입법부에서 통과된 법안을 거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첫 거부권을 행사했고, 5월에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남발이라는 비판을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처지인 것이다.

특히 특검법안의 대상이 김 여사라는 점도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대목이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대선에서 당선됐던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에 대한 특검법안을 거부하는 것이 어떻게 비쳐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를 수용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나 진보 진영이 특검을 통해 김 여사 관련 사건을 어떻게든 활용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여권에서는 쌍특검 법안 처리 대응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 쌍특검 법안을 ‘정쟁용’으로 규정하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이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의회 폭거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당한 특검’인 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선제적으로 특검을 받아들여 정국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이번 사건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샅샅이 조사했음에도 무혐의로 결론난 만큼 당당하게 맞서자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