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자존심 또 구길라”[부산의 도전은 계속된다]
벡스코 예약율 상승 임대료 껑충
예산 부족에 준비 일정까지 빠듯
국제대회 역량 보여줄 지원 시급
전 세계에서 2000여 명이 찾는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개최를 두 달여를 앞두고 예산 부족과 빠듯한 준비 일정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탁구 부문에서 올림픽에 버금갈 정도로 규모 있는 국제 대회인 만큼 부산시가 철저한 대비로 차질 없는 대회 개최에 만전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조직위는 최근 정부에 추가 예산 증액 요청을 했다. 대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의 임차료가 기존에 견적을 낸 1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크게 늘면서 예산이 부족해진 탓이다. 대회까지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 예산난을 겪게 된 셈이다. 이대로라면 원활한 대회 운영도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있다.
탁구 종목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올림픽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대회다. 특히 탁구는 단일종목 중 회원국이 226개국으로 가장 많다. 이번 대회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내년 2월 16~25일 부산에서 열린다. 40개국 선수단 1000여 명과 관계자 1000여 명이 참가하며 5만 명 이상의 관람객 방문이 예상된다.
부산은 시행착오 끝에 대회 개최 기회를 거머쥐었다. 당초 2020년에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세 차례 연기됐다가 결국 취소됐고, 이후 재도전 끝에 경쟁국인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개최지로 확정이 됐다.
그러나 개최를 눈앞에 두고 대회 차질을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 대회 장소인 벡스코 임차료가 가장 큰 문제다. 2021년 조직위가 대회를 처음 계획할 당시 벡스코 임차료는 12억 원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19 이후 벡스코 예약률이 높아지면서 임차료도 30억 원 안팎으로 급상승했다.
여기에 안전을 더 강화하는 조치를 위해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서 추가 임차료도 내야 한다. 벡스코는 하루 기본 사용 시간이 12시간으로 추가 이용 시 전체 사용액의 10%를 부과한다. 조직위는 하루 24시간 설치 공사를 진행해야 기간 내 설치가 완료될 수 있어 추가 요금을 감수하고 공사를 강행 중이다.
조직위는 늘어난 임차료를 마련하지 못한 채 이달 초 벡스코와의 임차 계약을 앞두고 있다. 정부나 부산시 추가 지원이 없다면 선수단 숙식, 보안, 안전 등 주요 운영비에 편성된 예산을 끌어와야 할 처지다. 전반적으로 대회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벡스코 임차 기간이 짧은 탓에 안전 우려도 제기된다. 조직위는 벡스코를 24일간 빌린다. 시설 설치 공사에 8일, 공식 연습에 3일, 대회 기간 10일, 철거 3일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직위 준비 일정에 따르면 8일 안에 4500석 규모의 관중석과 무대 등을 설치하고 3일 안에 모든 시설 철거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선 24시간 쉬지 않고 공사를 해야 기간 내 설치가 가능한 일정이다. 이 때문에 밤샘 작업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와 설치 시설물에 대한 불안도 크다.
정치권에서도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의원은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대회 예산난 문제를 지적하고 지원을 촉구했다. 전 의원은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부산이 국제대회를 충분히 치를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이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라며 “엑스포 무산으로 상처 입은 부산 시민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예산 등도 차질 없이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