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상문동 아이들이 새 학교 두고 가까운 학교 가려는 이유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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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초등 과밀 해소 용산초등 내년 개교
왕복 4차로 건너 1km 이상 걷는 통학로
학부모들 “너무 멀고 위험” 새 학교 기피
교육청, 쏠림 방지 ‘공동 학군’ 지정 오판
인근에 산책로 조성해 안전 통학로 확보

최근 10년 사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며 거제지역 최대 주거단지로 급성장한 상문동 일대. 부산일보DB 최근 10년 사이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며 거제지역 최대 주거단지로 급성장한 상문동 일대. 부산일보DB

“널널하지만 멀고 위험한 곳 보단, 조금 붐벼도 가깝고 안전한 곳이 낫죠.”

내년 개교 예정인 경남 거제의 한 신설 초등학교가 학부모들에게 외면 받으며 정원을 채우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학교는 가까운 데 정작 가는 길이 멀고 위험한 탓이다. 교육 당국이 특정 학교 쏠림현상을 막으려 시행한 ‘공동학군’ 지정이 오판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거제시와 거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상동동 750 일원에 건립 중인 용산초등학교가 2024년 3월 문 연다.

용산초등은 41학급 1317명 규모로 상동초등 과밀 해소를 위한 시설이다. 법정동인 상동동과 문동동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묶인 상문동은 지역 최대 도심인 고현동과 맞닿아 주거단지로 급성장했다. 11월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만 1만 1906세대, 3만 2987명으로 관내 18개 읍·면·동 중 고현동(1만 5610세대, 3만 4606명)에 이어 두 번째다. 고현 도심 팽창으로 1000세대 안팎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선 탓이다.

이 과정에 열악한 교통 환경과 함께 학교 부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주변 아파트 단지 초등학생 대부분이 상동초등으로 몰리면서 심각한 과밀 현상이 불거졌다. 2023년 기준 72학급(특수 2학급 포함) 1915명으로 1학년 11학급, 2학년 12학급에 학급당 26.6명이 배정돼 과밀학급 기준인 20명을 웃돌고 있다. 결국 참다못한 학부모들이 나서 추진위원회를 구성, 시와 교육청 그리고 지역 정치권을 상대로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한 끝에 2019년 용산초등 신설이 확정됐다.

그런데 개교가 임박하자 입학 대상 지역 일부 학부모가 새 학교를 거부하고 나섰다. 통학로 때문이다. 사업 승인 당시 용산초등 통학로는 상동동 산 57-2 일원 완충녹지(거제더샵블루시티 아래)로 계획했다. 하지만 지대가 높고 통학환경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재검토 끝에 상동8길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더샵블루시티(988세대)에 사는 아이들은 700m 정도만 걸으면 되던 통학 거리가 1.5km 이상으로 늘었다. 힐스테이트거제(1041세대) 단지는 950m에서 1.2km로 멀어진 데다, 왕복 4차로까지 건너야 하는 위험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뿔난 입주민들이 통학로 변경을 반대하며 용산초등 입학 거부 의사를 비치자, 교육청은 두 단지를 공동학구로 변경해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용산초등 기피가 더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내년 두 단지 초등학교 입학 대상은 124명. 대부분 상동초등에 계속 다니거나 진학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학부모는 “위험한 것보단 과밀이 낫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대로는 용산초등으로 학군을 배정받은 인접 단지 주민 자녀만 입학해 정원 미달 우려가 현실화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상동초등의 과밀 해소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시와 교육청은 뒤늦게 대안 마련에 나섰다. 최초 통학로로 점찍었던 완충녹지에 산책로를 조성해 학생 통학로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달 중 CCTV와 난간 등 안전시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개방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통학로를 보완할 산책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과밀이나 미달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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