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착상 실패·습관성 유산이라면 유전검사부터”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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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세화병원

세화병원 유지희 부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세화병원 제공 세화병원 유지희 부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세화병원 제공

결혼한 지 2년이 된 A 씨 부부는 반복된 유산으로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지인의 권유로 용기를 내 병원을 찾았다. 습관성 유산이라는 진단을 받고, 다양한 검사를 해도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유산이 반복될수록 임신이 됐을 때 부정적 영향이 우려됐다. 착상 전 유전검사를 시행했고, 현재는 태아가 건강히 자라 임신 37주로 분만을 앞두고 있다.

오랜 기간 임신이 되지 않은 B 씨 부부는 여러 차례 체외수정시술을 시도해도 소용이 없었다. 반복 착상 실패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뚜렷한 원인이 없었다. 배아의 염색체가 불완전할 수 있어 담당의와 상의한 뒤 착상 전 유전검사를 시행했고, 정상 배아 이식을 통해 건강한 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세화병원 유지희 부원장은 “착상 전 유전검사(PGT)는 특별한 원인이 없이 임신이 안되는 반복 착상 실패 환자나 습관성 유산 환자가 건강한 아이를 갖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라며 “최근 만혼으로 고령 임신과 출산이 늘어나면서 많이 시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착상 전 유전검사는 수정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기 전 수정란의 세포를 통해 유전자 질환이나 염색체의 수적, 구조적 이상 유무를 진단한다. 체외수정시술로 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수정시킨 후 배양 5~6일째 태반이 되는 세포 5~10개를 떼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만 선별해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정상아를 임신하도록 도와준다.

착상 전 유전검사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PGT-A는 배아의 염색체 수 이상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염색체 이상의 확률이 증가하는 35세 이상 여성,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를 임신한 적이 있는 여성, 반복 착상 실패나 습관성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시행해 볼 수 있다.

PGT-SR은 부모 중 하나 이상이 구조적 이상을 가진 경우, 즉 염색체의 전좌 또는 역위가 있는 경우에 사용된다. PGT-M은 혈우병, 신경섬유종 등의 유전병을 진단하기 위해 쓰는 방법으로, 배아의 단일 유전자 이상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난임학회는 비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의 비율이 만 30세 이전에는 20%에 불과하지만, 35세에는 35%, 40세에는 60%까지 증가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산모의 연령이 높을수록 임신율이 떨어지고, 유산율은 증가한다. 착상 전 유전검사 중 PGT-A를 시행할 경우 정상 배아만을 선별해 이식할 수 있어, 임신율은 높이고 유산율은 감소시킬 수 있다.

유지희 부원장은 “착상 전 유전검사는 모든 부부에게 권유할 필요는 없지만, 전문가와 상담해 부부의 개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시행한다면 건강한 임신 성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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