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기 대출 1000조 육박… 법인 파산도 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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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기준 998조, 사상 최대
고금리 속에 이자 부담 '껑충'
파산 신청 1363건… 역대 최다
"자생력 제고 등 지원책 절실"

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경기침체·고금리·인플레이션의 ‘3중고’로 기업들의 빚이 늘어나는 가운데, 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1000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대출 증가세와 함께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데 올해 중소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이미 ‘사상 최대’를 기록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기업의 줄도산 위기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달 말보다 3조 8000억 원 늘어난 998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아직 발표되지 않은 11월 증가분을 더하면 1000조 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다. 경기침체가 빠르게 진행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빚으로 연명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0월 말 잔액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0월 말과 비교해 283조 원이나 급증했다. 증가 규모는 그 이전 4년간 증가분(155조 원)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을 포함하면 전체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400조 원을 넘어선 상태다.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랠리로 대출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5.35%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10월 중소기업의 신규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중이 62.1%를 차지한다. 2년 전인 2021년 10월만 해도 비중은 3%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불과 20배 이상 껑충 뛰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까지 겹치며 연체율도 최근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올해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1년 전(0.27%)의 1.8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출 연체율은 앞으로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결과를 보면 은행의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6으로 3분기(-6)에 이어 다시 음수(-)를 기록했다. 수치는 1분기 3에서 2분기 0으로 낮아진 데 이어 3분기에 음수가 됐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자금 공급 등에 있어 애로사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법인 파산 신청도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0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8%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13년 이후 최대다. 파산 신청 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 탓에 지원 자금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고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중소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부실 중소기업은 자금 지원으로 연명하도록 하는 것보다 원활한 폐업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자생력 제고를 통한 재기 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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