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박형준 시장 문전박대… ‘산은법’ 개정 암울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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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시장 면담 요청 외면
개정안 협조 서한 대리 수령
민주, 총선 전 이전 반대 기조
임시국회서도 논의 어려울 듯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KDB산업은행(이하 산은) 부산 이전’을 저지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몽니가 본격화하고 있다. 과반 의석으로 산은법 개정안 처리의 결정권을 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면담 요청을 외면하는 등 산은 관련 논의 자체를 틀어막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에서 민주당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민주당의 노골적인 제동으로 산은법 개정안 연내 처리가 무산되는 분위기다.

4일 오전 박 시장은 국회를 찾아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에게 ‘산은법 개정안 협조 서한’을 전달했다. 박 시장은 당초 이 대표와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이날 만남은 불발됐다. 최고위원회의 일정상 면담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박 시장 측에서 이 대표 면담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이 대표가 거절 의사를 밝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를 만나지 못한 박 시장은 결국 서한을 ‘대리 전달’했다.

박 시장의 서한에는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가 담겼다. “민주당 반대는 국가균형발전 대의를 저버리는 것” “산은 부산 이전은 정치적 셈법에 따라 판단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등 거듭되는 민주당의 산은 부산 이전 반대 행보를 직격했다.

서한에는 “산은의 본점 소재지를 부산시로 변경하는 산은법 개정안이 2년이 다 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산은 부산 이전을 염원하는 부산 시민들은 이 같은 국회의 상황을 지켜보며 답답함을 넘어 분노마저 느낀다”며 “수도권 일극주의가 나날이 심화되는 상황에 남부권 경제 전체를 견인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의 대의를 저버린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산은 부산 이전은 정치권의 셈법에 따라 판단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께서 적극 동참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는 당부도 포함됐다.

이 대표와 박 시장 면담 불발은 산은 부산 이전 반대를 전면에 내건 민주당 기조와 맞물려 있다. 현재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차원의 산은법 논의도 중단된 상태다. 양측 지도부 간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는 오는 9일 종료되고, 임시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당장 5일 정무위 소위에 상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상정되더라도 양당 지도부 공회전에 논의는 무의미한 상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산은 이전 반대 기류는 더욱 굳혀지는 모양새다. 여기엔 영남 지역을 비롯해 산은 부산 이전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중앙당의 고집에 산은 부산 이전을 찬성하는 민주당 부산시당만 곤욕을 치르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설득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봉민(수영)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번 주중에 산은법 개정안 관련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당 지도부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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