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완월동 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 예산 ‘3분의 1’ 토막
시의회 상임위서 대폭 삭감
7일 예결위 최종 심사 앞둬
“사업 제대로 되겠나” 반발
부산시가 4년 만에 가까스로 편성한 서구 완월동 성매매 여성 자활 예산이 시의회 상임위원회 심의를 거치며 3분의 2이상 삭감됐다. 상임위 심의를 거친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어 내년도 예산안에 감액된 금액으로 최종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성단체는 “시의회 내 성매매 여성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완월동 성매매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부산시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립·자활지원 예산’이 7일 열리는 시의회 예결위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예결위는 시 예산심사의 ‘최종 관문’으로, 세부 심의를 통해 사업별 예산의 감액·증액을 결정한다. 애초 시는 3억 52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시의회에 신청했지만, 복지환경위원회를 거치며 예산안은 1억 1000만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복지환경위 소속 국민의힘 최도석(서2) 시의원은 “부산 시민 정서와 사회적 시각 등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가담한 여성까지 예산을 대폭 편성해 지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예산 편성에 관계한 부산시 여성가족국 관계자는 “예산은 시정 방침에 맞춰 편성됐으며, 시 자체 심의 등을 거쳐 요청한 사항”이라면서도 “예산안을 둘러싼 시각에 이견이 많아 현재로선 예결위에서 자활 예산이 전면 감액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여성단체는 예산이 삭감되면 성매매 여성이 다른 지역으로 유입되는 등 결국 반쪽짜리 폐쇄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여성인권단체 ‘살림’ 변정희 대표는 “완월동에 갇혀 살던 여성들은 갈 곳조차 없어 주거 지원과 병원 치료 등이 절실하다”며 “시의 공감을 통해 가까스로 책정된 자활지원사업 예산이 크게 줄어들어 향후 여성 지원 사업 수행이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 시는 성매매 여성이 재차 다른 업소로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한 취지로 조례를 제정했지만, 지난 4년간 예산을 편성한 적은 없었다.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가 유지되는 와중에 섣불리 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달에 이르러 시는 내년 예산안에 ‘성매매 집결지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립·자활지원 조례’ 명목으로 예산 3억 5200만 원을 편성했다. 올해 시가 완월동 일대에 44~46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재개발 계획을 승인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까닭이다. 이대로 성매매 집결지가 해체되면 기존 성매매 여성이 다른 집결지로 유입될 수 있어, 재개발 진행과 함께 성매매 여성에 직접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 시의 판단이었다.
서구 충무·초장동 일대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은 최근 부산시가 이 일대를 44~46층 규모 주상복합건물 재개발 계획을 승인하면서 폐쇄를 앞두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