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선으로 세계인 마음 사로잡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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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바 유 ‘해피 아워(Happy Hour)’
부산 OKNP 한국 첫 개인전
유명 브랜드와 협업 여러 번 진행
팝스타 에드 시런도 러브콜하기도



새로운 시도 담은 신작들 선보여
절제미·여백 돋보이는 그림 호평
따뜻한 위로 메시지 전하는 느낌

OKNP 전시장에 선 나가바 유 작가. 김효정 기자 OKNP 전시장에 선 나가바 유 작가. 김효정 기자

“진짜가 왔다” “원조의 등장”.

부산 해운대 오케이엔피(OKNP)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작가, 나가바 유를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이번이 한국 첫 개인전이지만, 정작 갤러리에서 만난 그의 작품은 무척 익숙하다. 다수의 관객들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그림이다”라고 반응했다. 맞는 말이다. 색을 칠하지 않고 몇 개의 선으로 완성하는 그의 그림체가 인기를 끌자 따라 하는 작가들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림 구상하고 그리기도 바빠서 굳이 표절하는 작가를 찾아 조치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표절에 대한 제보를 많이 하지만 정작 작가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무심하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잡지 일러스트 작가로 출발한 그는 단순한 선으로 인물, 사물의 특징을 잡아낸다. 색을 칠하지도 않고 심지어 배경도 거의 생략한다. 더하는 것은 쉽지만, 빼는 것이 어렵다는 회화에서 절제된 그림 미학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따뜻함이 묻어나는 나가바 유 작가의 작품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전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자이너, 일러스트 작가로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그림 스타일을 구축하며 순수예술 작가로 유명해졌다. 현재 일본을 넘어 미국, 홍콩,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나가바 유 작품 ‘quiet moments’. OKNP제공 나가바 유 작품 ‘quiet moments’. OKNP제공

나가바 유 작품 ‘in the woods’. OKNP제공 나가바 유 작품 ‘in the woods’. OKNP제공

특히 순수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영역에서도 그에 대한 구애가 대단하다. 이미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비롯해 스타벅스, 아식스, 컬럼비아, 포켓몬스터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그의 그림을 활용한 상품을 선보였다. 한정판 상품들은 경매사이트에서 정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팝스타 에드 시런과의 공동 작업도 유명하다. 그의 그림을 본 에드 시런이 꼭 이 작가와 작업하고 싶다고 요청해 ‘셀레스티얼(Celestial)’ 앨범 표지와 뮤직비디오를 직접 그렸다. 유명 스타와의 작업이 힘들지 않았는지 물었더니 나가바 유 작가는 “이미 나의 그림 스타일을 알고 요청한 거라 내 스타일 그대로 해 주면 된다고 말했다. 유쾌한 협업이었다”고 답했다.

이렇게 잘나가는 작가이다 보니 전시를 유치하기 위해 부산의 오케이엔피는 1년 이상 공을 들였다고 한다. 실제로 큐레이터가 1년 가까이 일본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작가를 설득했다. 이번 전시도 홍콩과 상하이 유명 갤러리와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결국 한국 부산이 그의 개인전을 따낸 셈이다.


나가바 유 작품 ‘lazy afternoon’. OKNP제공 나가바 유 작품 ‘lazy afternoon’. OKNP제공

한국에서 처음 여는 개인전이라 작가는 준비를 많이 했다. 배경 없이 단순히 인물만 그렸지만, 이번에는 배경도 넣어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아기자기한 소품부터 100호가 넘는 대작까지 작가의 역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신작들을 부산을 위해 대거 선보였다.

몇 개의 단순한 선으로 보이지만, 사실 작가는 수십 번 덧칠하며 자신이 원하는 선의 굵기와 밀도, 채도를 만들어 낸다. 작은 점 하나라도, 짧은 선 하나라도 작가가 철저하게 의도한 그림이다. 대부분의 일러스트 작가들이 컴퓨터로 작업하지만, 나가바 유 작가가 여전히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이번 한국 전시의 제목은 ‘해피 아워(Happy Hour)’이다. “일을 끝내고 집 근처에 도착한 후 주차하고 집까지 걸어가는데 5~10분 정도 걸립니다. 이 시간이 굉장히 행복해요. 풍경도 보면서 여유를 즐겨요. 짧지만 행복한 시간, 누구나 이런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이 순간을 전시 제목으로 정했고 그림에서 느껴보면 좋겠다 했습니다.”

나가바 유 ‘under the clouds’. OKNP제공 나가바 유 ‘under the clouds’. OKNP제공

나가바 유 ‘city rhythm’. OKNP제공 나가바 유 ‘city rhythm’. OKNP제공

전시 제목처럼 그림들은 푸근하고 여유롭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서 반갑다. 올해 마지막 달, 나가바 유가 전하는 따뜻한 송년 인사처럼 다가온다. 나가바 유의 ‘해피 아워(Happy Hour)’전은 24일까지 열린다.


OKNP 전시장에 선 나가바 유 작가. 김효정 기자 OKNP 전시장에 선 나가바 유 작가. 김효정 기자





자신의 작업실에 있는 나가바 유 작가. ⓒKenichi Sasaki 자신의 작업실에 있는 나가바 유 작가. ⓒKenichi Sasaki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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