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예술가들의 유쾌한 미술 난장
‘2023 디그리쇼’ 지난 5일 개막
17일까지 부산 동구 문화플랫폼
부산 예술관련 대학생 졸업 전시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도 못한 저희들에게 너무 큰 선물을 주셨다. 계속 작업할 에너지를 얻었다”
5일 부산 동구 문화플랫폼에서 개막한 미술 전공 대학생의 연합 전시 ‘2023 디그리쇼’에서 만난 예비 작가는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다. 이 행사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디그리쇼는 쉽게 설명하면 졸업 전시회이다. 외국에선 예술분야 대학생들이 졸업을 위한 요건으로 전시하는 걸 의미하는데 각 대학별로 디그리쇼를 연다. 갤러리 관계자들을 비롯해 미술 컬렉터와 애호가들은 각 대학의 디그리쇼를 관람하며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작가의 성장을 함께 한다. 예술계 선순환 구조의 텃밭이 되는 셈이다.
한국도 졸업 전시회가 있지만, 대부분 내부 잔치로 끝나고 이후 작업을 놓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부산의 예술 대학 교수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이 바로 한국 디그리쇼이다.
디그리쇼 한국위원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상호 경성대 예술종합대학 학장은 “지역 소멸과 청년 예술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관련 대학 교수들이 헌신적으로 준비했다. 아트생태계에 첫발을 딛는 학생들에게 디딤돌이 되고 싶다. 전국으로 확산되는 아트브랜드가 될 것이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시작했지만 다행히 벌써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디그리쇼에 참여했던 작가 중 우수 작가를 선정해 부산화랑협회가 주최하는 BAMA 국제 아트페어에서 특별전을 열었고 다수 작품이 판매되었다. 또 부산의 주요 갤러리에서 단독으로 개인전도 여는 등 작가의 길로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올해는 장소를 변경해 옛 부산진 역사를 개조한 동구 문화플랫폼에서 전시를 열었다. 세계적인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에 이어지는 순서가 마치 현재 거장과 미래 거장의 만남이지 않을까라는 희망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경성대, 동아대, 동의대, 신라대 4개 대학 78명 28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유쾌발랄한 작품들이 많으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 거장으로 성장할 작가의 초기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유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는 17일까지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