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인생 'N막 시대'
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백세 인생 시대이다. 태어나 교육 받고 첫 직장까지 25년, 주 직장이나 직업에서 25년(우리나라의 주 퇴직은 50대 초반), 주 직업 퇴직하면 살아온 기간만큼의 반 백년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낸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현재 아이들이 직장을 가질 때면 80% 이상이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직업 세계에서 살게 될 것을 예측하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국민은 평생 직장을 12.3회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평생직업이 중요함을 자연 절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인생 2막, 3막 정도가 아니라 ‘N막’의 시기이다.
생애 다양성 경험은 이미 젊은이의 ‘부캐’ 문화에서 시작된다.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한 ‘부캐’라는 말은 본 캐릭터인 ‘본캐’에 대비되는 부가적 캐릭터로 본래적 특성 이외에 다양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왔다. 유사하게 ‘N잡러’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2개 이상 복수를 의미하는‘N’과 직업을 뜻하는 ‘잡(Job)’, 사람을 뜻하는‘-er’이 합해진 말이다. 소득이 부족한 시대에서 나온 현상이자 평생직장의 소멸과 직업 유목 사회가 낳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양한 직업의 전환과 병행은 향후 더욱 진화,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생 N막 시대, 주 직장 은퇴 후에도 ‘부캐’와 ‘N잡러’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이고 건강수명은 73.1세로, 73세까지 평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 고령자 고용 촉진법에 따른 60세 정년 기준보다 13년 이상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정년에 묶여 있다. 최근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에서도 다수 장·노년들이 겪고 있는 ‘소득 절벽’ 문제나 정년 대책은 쏙 빠져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인원만큼 많아진 중고령자들의 ‘부캐’와 ‘N잡러’ 직업능력 개발이 가능하도록 정책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양질의 인적자원 개발을 지원할 다양한 서비스와 관련 기관이 있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을 연계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능한 플랫폼도 관건이 된다. 그러나 양적인 면에서 지원 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질적인 면에서 서비스는 낙후되어 있고 상호 연계적인 면에서 관련 기관 간 통합 거버넌스는 취약하기만 하다.
2년 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가 되고 다시 10년 뒤 2035년은 노인인구 30%가 넘는 초초고령화사회가 된다. 충분히 예고된 고령화 재앙을 막는 길은 재미있고 생산적이며 가치 있는 인생 N막 시대를 여는 길 뿐이다. ‘내 뜻대로 살아가려는 나의 운명을 사랑하자’는 니체의 철학적 의미가 담긴 ‘아모르 파티(Amor Fati)’. 그래서인지 가수 김연자의 이 노래가 인생 N막 시대의 열정을 담은 서곡인 것 같아 무척 반갑고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