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육 현장, 교사의 활동 보호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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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학벌 중심주의 사회에서는 내 자녀가 남의 집 자녀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경쟁 심리 때문에, 공교육 외에 학원을 선호하게 했고, 학교가 자녀 경쟁력을 높이려는 학부모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결과 공교육이 무너졌다. 특히 2000년 이후 소비자 중심주의 교육관의 도래로 학부모들은 교육을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업으로 간주하고, 학교는 학부모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기관으로 생각함에 따라 공교육과 교권 추락은 더욱 가속화됐다.

무너진 교권을 회복시키는 방안은 무엇일까? 필자가 지난 9월부터 10월까지 2개월 동안 부산지역 초등학교 60개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장 교사들이 경험한 학부모의 교육 활동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는 밤에도 담임 교사에게 전화하는 것과 수업 중 악성 민원이었다. 가령 학생의 문제 행동을 지도하면 교사 탓이라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교직 생활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응답이 있었다. 또 정당한 훈계를 하는데도 아동 학대라고 신고하고, 이런 학부모를 등에 업고 학생들이 교실을 무법지대로 만들어서 교사가 정상적인 수업을 못 하게 하고,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때도 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학부모가 아동 학대로 신고한다거나 고소하여 합의금을 요구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 무고죄 적용이 어렵고 혐의 유무에 상관없이 교사는 직위 해제를 당하니 현장 교사들은 정상적인 교육 활동과 학급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교육 활동 침해’의 원인은 교사를 서비스 종사자로 보기 때문에 무엇이든 교사에게 요구하면 된다는 사고방식과 ‘아동 학대법’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교사를 보모 취급하듯이 ‘아이 약 먹여달라’ ‘식사 음식까지 챙겨 봐 달라’고 하고, ‘아이가 배탈이 난 것도 교사 책임이니 아동 학대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는 지경이니 교사의 교육 활동이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교사의 올바른 훈육에 대해 학생이 교사 앞에서 욕을 하고, 교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교사 이름과 욕을 카톡에 써서 반 친구들에게 알리고, 학부모는 무조건 학생 말만 믿고 교사를 아동 학대 행위라고 고발하고, 교사직을 그만두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지경이니 교권 침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교육 활동 침해와 교권 침해는 학생 인권 보호법은 있으나 교권 보호법이 없기 때문에 법적 제도가 없이는 교사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따라서 교사의 정당한 훈육이 아동 학대로 몰리지 않으려면 아동 학대 처벌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현장 교사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 현장은 학교 당국과 교육부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 아동 학대로 처벌받지 않도록 행정적, 법적 지원 체제를 갖추어 주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가령 △각 학교에 학교 폭력 전담 경찰관 배치 △교육 활동 침해 학부모에 대해 벌금을 물게 하는 법 제정 △교육 활동 침해 범위를 규정하는 매뉴얼 제작 보급 △교사의 업무 범위와 권한 명시 △각 학교에 교권 보호 전담 변호사 배치 △학부모 민원을 학교에서 대신 받아서 처리해 주는 부서 신설 △수업 방해 아동을 분리해 관리해 주는 인력 배치 △교육 활동 침해를 당한 교사에게 교육청이 대신해서 법적 지원을 해 주는 전담 법무팀 신설 △학부모 악성 민원을 교사 혼자 해결하게 내버려 두지 말고 교육부가 교육청별로 ‘현장 민원 관리팀’ 신설 등으로 현장 문제를 지원해 준다면, 교사 혼자서 학부모 민원을 해결해야 하는데 소모되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교육부가 교육청별로 학부모의 교육 활동 침해에 대해 교사를 법적으로 지원해 주는 관리 부서 신설과 법적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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