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가자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에게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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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실험실/앤터니 로엔스틴



'팔레스타인 실험실' 표지. 소소의책 제공 '팔레스타인 실험실' 표지. 소소의책 제공

자말 카쇼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였다. 카쇼기는 2018년 10월 2일 튀르키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 실종된다. 사우디 정부 요원들이 총영사관 내부에서 그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 내 없애버린 것이다. 살해의 배후로는 우리와 엑스포 유치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이 지목됐다. 진상을 두고 진실게임을 벌이는 가운데 사우디 정부가 이스라엘 기업이 개발한 휴대전화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카쇼기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한 전모가 드러났다. 이 책은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라는 부제가 적시하듯이 이스라엘 군사·기술·산업 복합체의 실체를 폭로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또다시 가자 남부를 맹폭했다고 한다. 가자는 실험실이고, 가자 주민들은 이번 전쟁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최신 기술과 기법을 시험하는 통제 실험을 강요당해 왔다고 한다.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는 불법적인 감시와 차별, 통제 등 인권 침해의 민낯을 보여준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일이 점차 세계에서도 나타나는 중이라니 오싹하다.

20년 넘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보도한 저자 자신이 유대인으로 위대한 탐사 저널리즘의 승리라고 하겠다. 이스라엘에도 정부와의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있었다. 세계적 언어학자이자 미국계 유대인인 놈 촘스키는 이 책에 대해 “이스라엘이 어떻게 기회가 생기는 모든 나라와 지역에서 폭력과 잔인한 억압의 수단을 공급하는 나라로 전락했는지에 관한 서글프면서도 추악한 기록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책이 특히 한반도에 주는 한 가지 핵심적 교훈은 수십 년간 이어진 분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몹시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유강은 옮김/소소의책/356쪽/2만 3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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