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 6년만의 대규모 정전 사고…한전의 전력관리 ‘도마 위에’(종합)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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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변전소 설비 고장에 15만 5000세대 정전 ‘대혼란’
한전 "국민께 큰 불편, 깊이 사과…재발 방지대책 마련"
‘경영난’ 한전, 송배전망 등 관리·투자 축소…유사사고 우려

6일 오후 울산시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공업탑 일대 신호등이 꺼져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이날 옥동변전소 변압기 문제로 남구와 울주군 일대 15만 5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해 혼란을 빚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울산시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공업탑 일대 신호등이 꺼져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이날 옥동변전소 변압기 문제로 남구와 울주군 일대 15만 5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해 혼란을 빚었다. 연합뉴스

지난 6일 오후 울산 지역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2시간 가까이 울산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 대혼란이 빚어진 것을 계기로 한국전력(한전)의 허술한 '전력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한전이 변전소나 송배전망 등 관리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한전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7분께 울산 남구 일원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옥동변전소의 설비 이상으로 울산 남구와 울주군 일대 15만 5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한전은 사고 즉시 긴급 복구에 착수해 당일 오후 5시께 전력 설비 80%를 복구한 데 이어 오후 5시 25분께 변전소를 정상화해 최종 전력 공급을 완료했다.

한전은 사고 직후 긴급 복구에 착수해 정전 발생 약 1시간 45분 만에 전력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지만, 울산시 남구와 울주군 일대 15만 5000여 세대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고 상가, 병원, 일부 공장 등이 정전 피해를 보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정전은 지난 2017년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20여만 세대 규모의 정전 이후 6년 만에 가장 피해가 큰 정전 사고로 기록됐다.


6일 오후 울산시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옥동변전소로 소방대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울산시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옥동변전소로 소방대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옥동변전소에서는 28년간 사용해온 노후한 개폐장치 교체를 위해 전력을 공급하는 2개 모선(발전소 또는 변전소에서 개폐기를 거쳐 외선에 전류를 분배하는 단면적이 큰 간선) 중 1개 모선을 휴전해 작업 중이었다고 한전은 설명했다. 정전은 해당 작업 구역이 아닌 다른 쪽 모선의 개폐장치 이상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발생했다.

한전은 7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대규모 정전으로 인해 국민들께 심대한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사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 고장조사반을 가동해 향후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최근 잇달아 정전 사고가 보고되는 가운데 한전의 경영 위기가 송배전망 투자 축소 등 전력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력관리 부실은 대규모 정전 사태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

실례로 지난달 14일에는 경기도 수원, 용인·화성·평택 등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 '전압 강하'로 인한 정전 사고가 발생해 용인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가 갑자기 멈춰서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전압 강하 사고는 평택 고덕변전소의 개폐기 절연체 파손으로 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울산 옥동변전소 설비 고장도 개폐기 절연 장치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한전은 파악하고 있다. 옥동변전소는 1995년 준공돼 29년째 운영 중인 노후 변전소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심각한 재정 위기는 변전소 관리나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송배전망 관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전은 실제로 심각한 재무 위기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송배전망 투자를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 5월 25조원대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일부 전력 시설의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 3000억 원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력망 운영을 책임지는 한전이 시설 정비와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광범위한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나 '불량 전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 안전·생명과 직결되는 필수투자는 어떤 이유로도 축소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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