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영화가 목마른 시기, 영화를 말하다
영화에 대해 말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시대다. 사람들은 처음 만난 이들과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와 감독에 대해 쉽게 공유한다. 블로그에서 각자의 영화해석을 쓰고 유튜브에서 영화평을 찾아보는 일도 흔해졌다. 이야기꽃이 만발한 ‘영화의 봄’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을 포함한 초창기 시네필 공동체인 ‘노란문 영화 연구소’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최근 다시 조명받는 배경이다.
<영화: 사유의 지도>는 영화가 목마른 시기, 영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한 박성수 교수의 글을 모은 책이다. 한국해양대학교 유럽학과 교수로 재직한 박 교수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부산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을 맡아 이끌었다. 영화 비평과 같은 ‘지적 유희’를 한국에 정착시키는 데 힘쓴 박 교수는 2007년부터 병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서양 철학자 들뢰즈의 영화 이론을 접목해 영화를 분석한다. 단순히 들뢰즈의 이론을 접목하는 것에서 넘어서서 자신만의 색깔로 영화를 분석하는 법을 가르친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색감과 이미지로 분석하는 등 장 르누아르, 오즈야스지로 감독을 포함한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해석했다. ‘들뢰즈 영화철학 수용의 산파’라는 평가를 받는 박 교수의 이론과 실전을 보고 있자면 영화를 보는 시각이 한층 넓어지는 느낌을 준다. 곳곳에서 저자의 영화 사랑도 돋보인다. 저자는 애니메이션의 이론적 측면이 부각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아쉬워하며 자신의 관점을 꼼꼼하게 정리해 놓았다. 책의 텍스트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영화를 사랑한 한 인물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박성수 지음/전망/372쪽/2만 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